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임기 5년간 250만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전체 목표 물량의 80%인 200만가구는 민간이 주도해 짓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50만 가구를 공급할 입지를 찾는 것이 최우선 선결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도대체 어디에 짓겠다는 것인지, 땅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250만가구 공급, 무리한 숫자 아냐… 결국 문제는 택지 확보
윤 당선이 제시한 250만가구 공급 목표 중 130만~150만가구는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 공급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개발 142만가구(수도권 74만가구) ▲재건축·재개발 47만가구(수도권 30만5000가구) ▲도심·역세권 복합 개발 20만가구 (수도권 13만가구)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가구(수도권 14만가구) ▲소규모 정비사업 10만가구(수도권 6만5000가구) ▲매입 약정 및 민간개발 등 기타 13만가구(수도권 12만가구) 등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주택 공급량이 연 평균 약 48만가구에 달한다는 점에서 임기 5년간 250만가구를 목표로 잡은 것 자체는 무리한 수치가 아니라고 본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매년 전국적으로 50만가구 정도는 공급하고 있다. 50만가구씩 5년이면 250만가구이기 때문에 숫자 그 자체만 보면 무리한게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사업 속도를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느냐, 얼마나 좋은 입지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임기 5년 내에 250만 가구 입주는 불가능하지만, 분양은 가능하다고 본다”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로 74만가구를 공급한다고 약속했는데 수도권에 신규 택지가 거의 없어 부지 확보가 관건”이라고 했다.
◇역세권 첫집·청년원가주택, 문 정부 정책과 유사한 점도 많아
윤 당선인은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진 2030청년층과 신혼부부, 무주택자를 위해 다양한 유형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역세권 첫 집’이다. 역세권에 무주택 가구를 위한 공공분양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역세권 민간 재건축 아파트 용적률을 현재 최대 300%에서 500%로 대폭 높여주고, 늘어난 가구수의 최대 50%를 기부채납 형식으로 받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업 대상지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신설 역세권 주변 부지가 거론되고 있다. 경기·인천 지역에서 GTX 역세권에 저렴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면 인근 지역보다 서울 업무지구 접근성이 몇 배 빨라지면서 청약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8·4대책 등을 통해 시행한 공공재건축·재개발, 2·4대책에서 나온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흡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토지주에게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도 비슷하다. 현 정부도 공공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통해 용적률을 대폭 올려주는 대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의 50%를 기부채납하도록 하고 있다. 사업 대상지도 역세권 위주다.
윤 당선인이 약속한 청년원가주택 30만가구도 현 정부가 추진한 ‘신혼희망타운’과 비슷한 콘셉트다. 청년원가주택은 분양가의 20%만 내고 입주한 뒤 나머지 80%는 장기 상환하는 방식으로 공급한다. 5년 이상 거주 후 집을 팔면 국가가 이를 매입하면서 매매 차익의 최대 70%를 돌려준다.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 중심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 정부의 신혼희망타운은 무주택 신혼부부에게 최대 4억원까지 30년간 저리 대출을 보장하는 대신 집값이 오르는 경우 양도차익의 최대 50%까지 기금과 분담해 가져가는 구조다. 두 사업이 비슷한 측면이 있다.
서진형 교수는 “공공주택은 결국 국가가 예산을 많이 확보해 공적 자금을 충분히 투입해야만 사업이 가능하다”며 “공공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진 상태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