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 4-1 주택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현장 설명을 들은 뒤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선거 운동기간 중 도심 재건축사업을 활성화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덕훈 기자

지난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현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부동산을 꼽은 만큼 부동산 정책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임기 5년 동안 전국적으로 총 250만 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 ▲노후 아파트 안전진단 폐지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세제 완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땅집고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윤석열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물었다.

◇임기 내 250만가구 입주는 불가능… DSR규제 풀릴지 주목

윤 당선인은 서울에 40만가구, 역세권 첫 주택 20만 가구, 청년 원가주택 30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주택 총 25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5년간 총 수도권에 130만~150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으로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47만가구 공급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가구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가구 ▲소규모 정비사업 10만가구 ▲공공택지 142만가구 ▲기타 13만가구 등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주택 입주까지 이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내다봤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앞으로 더 발굴할 신규 택지가 많지 않아 5년 내 300만 가구에 이르는 주택을 공급하긴 현실적으로 어렵고, 시간도 더 걸릴 것”이라며 “연도별로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그 수요에 맞는 공급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완화하는 것은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그동안 주택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측면이 있었는데, LTV완화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정한 뒤 일관되게 시행해야 주택 시장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LTV 규제는 현재보다 단순화하고 주택 수에 따른 규제 방식으로 전환해 실수요자 주택 구매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신혼부부, 청년 등 실수요자층은 LTV를 80%까지 대폭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매 가구가 아닌 경우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로 단일화할 예정이다. 다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LTV 상한을 40%, 30% 등으로 차등화한다.

일각에선 LTV만 푸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도 나온다. 김학렬 스마트튜브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LTV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풀어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완화는 가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는 쉽지 않을 듯

윤 당선인은 준공 30년 넘은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를 공약했다.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과 정밀안전진단(1차), 적정성 검토(2차) 순으로 이뤄진다.

문재인 정부 시절 안전진단 평가항목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높이고 조건부 재건축 판정시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한 이후 재건축 불가 판정이 16.5배 가량 증가했다. 이에 준공 30년 넘은 노후단지는 정밀안전진단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기존 안전진단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하향 조정하고, 설비노후도와 주거환경 가중치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규제도 완화한다고 약속했는데, 전문가들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화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재정비사업을 통해 공급을 확대하려면 안전진단 완화를 비롯해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초과이익환수제는 이미 합헌 판결을 받은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어 새 정부에서도 현실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세금,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린다

윤 당선인이 발표했던 부동산 공약 가운데 세제 완화 부분이 가장 구체적이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종합부동산세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주택자 세율은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인하한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강조했다.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해 ‘이중 과세’ 논란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세금 부과 기준을 변경해 세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5%로 동결하고 전년도 납부 세금에서 일정 수준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하는 ‘세 부담 상한’ 강화 등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최대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할 방침이다.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는 “시장에서 양도세 감면을 기대하는 수요자가 많아 거래가 감옥에 갇힌 것처럼 멈춰있는데, 양도세 규제를 완화하면 갇힌 매물이 풀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지난 5년간 공급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에 집값이 안정화되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