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간 미술 시장의 가장 큰 흐름은 ‘세대교체’ 입니다. 소비자도 작가도 모두 젊어졌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미술경매 시장에서는 중장년 이상이 관심을 갖는 아카데믹한 작품이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은 시각적 즐거움이 있는 만화적인 작품이 수요자에게 인기도 많고, 공급도 많습니다.”
김현희 서울옥션 수석경매사는 땅집고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김 경매사는 2005년부터 서울옥션에서 서울과 홍콩을 오가며 150회가 넘는 경매를 진행한 미술경매 베테랑이다. 그는 내년 1월 13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지금은 미술품 투자의 시대 : 미술품 투자 트렌드와 시장 분석’ 강좌에 대표 강사로 참여한다.
◇”미술품 시장 젊은층 대거 유입, 기존 투자자들도 큰 흐름 따라가야”
김 경매사는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근대미술 거장인 장욱진·도상봉 화백 등 중장년 취향이 주를 이뤘는데 이제 키네·하비에르 카에야·김선우 등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 업계 메인으로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는 미술 시장의 주요 소비자층에 젊은층이 대거 유입됐고, 그 결과 공급자인 대표 작가들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미술품 시장에서 주류층인 중장년층들은 시장의 변화를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젊은층이 미술시장에 빠르게 유입되는 만큼 신규 투자자들이 작품을 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좋은 작품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도 미술품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줬다. 대면 경매 등 오프라인 시장은 축소됐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유입으로 온라인 미술경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오히려 시장이 커진 것.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올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상반기 결산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총 거래액은 약 143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490억원)보다 3배 증가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 필립스 등 3대 미술품 경매회사들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도 10억 달러(한화 약 1조1852억원)로, 전년도(1억6800만 달러) 10배가량 급증했다. 김 경매사는 “미술경매 시장은 과거부터 오프라인·온라인 경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가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술품 더 이상 사치품 아냐, 나와 공간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도”
MZ세대가 미술경매에 열광하는 이유는 외부의 기준보다 스스로의 개성과 행복을 중시하는 이들의 소비 특성과 맞물린 영향이 크다. 그들은 미술품을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강하다.
“코로나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테리어·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젊은 층은 미술품 경매를 ‘아트테크’(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려서 자랑하며 자발적인 홍보에 나서면서, 미술시장 저변도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BTS) RM 등 인플루언서들이 SNS를 통해 미술품에 관심을 보인 것도 젊은 층 사이에서 미술품 투자가 유행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김 경매사는 건축 시장에서도 미술품의 영향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예술품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건물이나 공간의 이미지가 바뀔 수 있다는 것. 최근 몇 년 동안 예술품을 통해 건물이나 공간 홍보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낸 사례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롯데그룹이 롯데월드타워 앞 석촌호수에 선보인 아트 프로젝트다. 롯데그룹은 ▲러버덕 프로젝트(2014년), ▲앤디워홀(2015년), ▲1600+판다 세계여행’(2015년), ▲슈퍼문 프로젝트(2016년), ▲카우스:홀리데이 코리아(2017년), ▲루나 프로젝트(2019년) 등을 잇달아 진행해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김 경매사는 “미술품은 집에 두고 혼자 조용히 감상하는 사치품이 아니라 나 자신을 드러내고, 공간의 품격을 표현하고 마케팅하는 수단으로도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며 “미술품 시장에 투자할 때는 이런 큰 변화를 잘 수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