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당신의 명품’ 코너는 강지윤씨의 사연을 꼽았습니다. 20여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핸드백으로 간결하고 기품있는 모습이 꼭 엄마의 모습과 닮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신여성이었다. 일찌감치 친척의 초청으로 일본에 가족을 데리고 건너가신 외할아버지 덕에 엄마는 일본서 여고를 다니며, 여의사가 되는 꿈을 꾸었다. 8.15해방이 되자 일가족은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왔다. 사업 밑천을 준비해 돌아온 할아버지는 혼란기에 전 재산을 사기당하고 만다. 8남매의 맏이였던 엄마는 선생님이 되어 소녀가장이 된다. 6.25가 터지고 가난과 혼란 속에서도 배워야 산다는 일념으로 동생들 뒷바라지를 하셨다. 군인이셨던 아버지와 결혼한 엄마는 전쟁이 끝나고 예편한 아버지의 사업이 부침을 거듭하자 다시 학교에 복직하셨다. 내가 중학생, 막내는 겨우 젖먹이를 면할 때였다. 가족을 떠나 시골 면 소재지 학교로 부임했다.
그 후 정년이 될 때까지 교단에 서셨다. 이번엔 우리 4남매 뒷바라지를 위해서였다. 물론 그 후 아버지도 직장을 가지셨지만 엄마는 평생 쉬어본 적이 없으셨다. 퇴직 후에도 스포츠센터에 매점을 열어 핫도그 어묵 등을 팔며 하루도 일을 멈추지 않으셨다. 의과대학을 다니는 남동생과 두 여동생 학비를 대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흘러 남동생이 병원개업을 하고 학비 걱정이 끝나고서야 엄마의 일도 끝이 났다. 이제 아들 덕에 용돈도 받아 처음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멋진 가방 하나를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아 찾아 내셨다. 이탈리아 어느 공방의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했을 검정색 악어가죽 백. 평생 가족을 위해 사셨던 엄마의 마지막 호사. 그러나 엄마는 그 호사의 시간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하신 채 떠나셨다. 모서리 하나 닳은 구석도 없는 가방을 보며 생각한다. 엄마 올가을엔 엄마 팔짱 끼듯 핸드백 들고 낙엽 지는 호숫가도 거닐고 엄마 취향 카페에 가서 차도 마셔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저도 엄마 떠나신 나이가 가까워요. 더 늦기 전에 엄마의 핸드백과 함께 맘껏 가을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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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기간: 12월 17일~1월 10일 ▲참여 방법 : QR코드에 접속하거나 cho@chosun.com 메일로 사연을 남겨주세요!
▲이벤트 혜택: 신세계 백화점 5만원 상품권 1장 +1월 부티크 지면에 사연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