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기업 다이슨(Dyson) 창업자이자 수석 엔지니어인 제임스 다이슨은 “엔지니어라면 우리가 사는 사회를 잘 이해하고 미래에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2002년 제임스 다이슨 재단을 설립해 차세대 엔지니어들에게 기술은 물론 삶의 가치에 대해서까지 가르치고 있다. 재단의 대표적인 활동으로 2004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The James Dyson Award)’가 있다.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주제로, 젊은 인재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발명하는 경험을 통해 잠재력까지 실현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2021′에도 지난해에 이어 전 세계에서 기록적으로 많은 예비 엔지니어들이 출품했다. 올해는 국제전·지속가능성·의료 부문에서 총 3개의 최종 수상작이 선정됐다. 의료 부문은 올해만 이례적으로 추가됐다. 모든 수상작에 각 3만 파운드(한화 약 4700만원)의 상금이 수여 된다.
국제전 1위는 가정용 안압(眼壓) 진단기기 ‘홉스(HOPES·Home eye Pressure E-skin Sensor)’가 선정됐다. 지속가능성 부문에서는 저가형 플라스틱 분류 장치인 ‘플라스틱 스캐너(Plastic Scanner)’, 의료 부문에서는 상처 부위 지혈을 돕는 핸디형 의료 기기 ‘리액트(REACT·Rapid Emergency Actuating Tamponade)’가 우승작으로 뽑혔다.
제임스 다이슨은 “젊은 디자이너·엔지니어·과학자들이 좋은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과학 지식으로 세상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매우 즐거웠다”며 “올해 출품작들은 특히 인상 깊어 총 3개의 우승작을 선정하게 됐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가 상업화까지 성공적으로 이끄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 국내전 우승작으로는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신용환 학생이 출품한 안전한 공유 모빌리티 살균 손잡이 ‘무한한 원(Infinite Circle)’이 선정됐다.
◇국제전 부문 우승작: 집에서 안압을 진단하는 생체 의료 기기 ‘홉스’
싱가포르 국립대학 졸업생과 재학생인 켈루 유(Kelu Yu), 시 리(Si Li), 데이비드 리(David Lee)가 개발한 ‘홉스’는 집에서도 간편하게 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저렴한 생체 의료 기기이다. 2019년 말, 켈루 유의 아버지가 녹내장을 진단받은 후 구상하기 시작했다. 녹내장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안압 측정이 중요한데, 시중에서 사용되는 안압계는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하고 측정 절차가 꽤 복잡하다. 측정 결과도 부정확하고 마취에 따른 통증과 불편함이 있으며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있다.
‘홉스’는 눈의 동적(動的) 압력 정보를 감지하는 센서가 탑재된 장갑을 착용한 후 눈꺼풀을 눌러 간편하게 진단한다. 각막 손상 위험이 없고 표면이 매끄럽지 않은 각막에도 사용할 수 있다. 집에서 간편하고 정확하게 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진단 결과는 블루투스를 통해 기기로 전송되거나 클라우드 서버에 실시간 업로드되고, 의료 시스템 링크를 통해 의료 지원까지 요청할 수 있다. 현재 예상 가격은 50달러(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4만3000원)로 저렴하다. ‘홉스’팀은 “우리 연구팀의 센서 기술이 로봇 공학이나 생의학 등 다른 분야에도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훌륭한 기술 개발로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자는 것이 팀의 모토이자 다이슨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그들은 싱가포르 국립대학 병원 임상의들과 협력해 환자들 안압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홉스’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지속가능성 부문 우승작: 저가형 플라스틱 분류 장치 ‘플라스틱 스캐너’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에서 산업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제리 드 보스(Jerry De Vos)는 ‘플라스틱 스캐너’를 개발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전 세계 75% 이상의 플라스틱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재활용 여부까지 판단할 수 있는 휴대용 장치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분류 수(手)작업은 시간이 많이 소요될 뿐 아니라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유럽의 일부 대형 공장에서 사용하는 적외선 반사 기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사용법도 쉽지 않다. 반면 ‘플라스틱 스캐너’는 단가가 높은 혼합형 적외선 분광술이 아닌 이산(離散) 적외선을 사용해 생산 비용도 대폭 절감했다. 또한, 오픈 소스(Open Source) 하드웨어라서 전 세계 재활용 업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제리 드 보스는 “접근성을 높여 효율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을 구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며,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세상을 바꾸는 출발점으로 훌륭한 무대”라고 전했다.
◇의료 부문 우승작: 의료용 출혈 방지 기구 ‘리액트’
‘리액트’는 영국 러프버러대학에서 제품 디자인 기술학을 전공한 조셉 벤틀리(Joseph Bently)가 개발했다. 실리콘으로 제작된 풍선 모양의 의료용 출혈 방지 기구이다. 상처 부위에 삽입하면 부위에 맞춰 자동으로 팽창해 과도한 출혈을 막는다. 날카로운 흉기에 찔렸을 때 과다 출혈로 사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5분에 불과한데, 구급차 도착까지는 10분 넘게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또, 거즈로 상처를 조여 지혈하는 방법은 복부처럼 부위가 넓으면 적합하지 않고, 수술 과정에서 거즈를 제거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리액트’는 부위가 넓어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제거도 용이하다. 적용 방법 또한 단순해 구급대원은 물론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경찰관이나 일반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조셉 벤틀리는 “친구 2명이 흉기 난동 사건을 겪은 후 발명하게 됐다”며 “리액트는 1분 안에 지혈할 수 있어 연간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술 기업 다이슨이 설립한 ‘다이슨 기술공과대학’
다이슨기술공과대학(DIET·Dyson Institute of Engineering and Technology)은 영국 정부에서 인가한 정식 대학이다. 2017년 9월 다이슨 맘스베리 건물 안에 개교해 지난 9월 첫 졸업생 33명을 배출했다. 정규 대학 과정과 동일하게 총 4년의 학부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입학 후 첫 2년은 기본 공학 원리를 학습한다. 이후 2년 동안은 전자 및 기계 엔지니어링을 심도 있게 공부하며 다이슨 엔지니어·과학자로 구성된 R&D 팀과 함께 사내의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등록금은 무료이며, 오히려 입학생과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학생에게 1만8000파운드(한화 약 2850만원)를 연봉으로 지급해 공부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졸업 후에는 반드시 다이슨에 입사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