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추수철이다. 시중에 벌써 햅쌀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부 지방에서는 8월 말 조생 품종을 수확해 일찌감치 추석용 쌀로 선보이기도 했다. 첫서리가 온다는 상강(霜降)이 지나면 대부분의 벼들이 수확에 들어간다. 농가에서는 소비자의 주문에 응할 채비로 분주하다.
◇맛 좋은 우리 쌀 탄생 과정…연구와 노력의 결실
우리 쌀 우리 품종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2012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종자주권(種子主權)’ 강화에 나섰고 민·관 협력으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는 쌀 품종 국산화에 발 벗고 나섰다. 국산 품종 벼는 잘 쓰러지지 않아 재배하기 쉬우며 수확량도 뛰어나다. 매년 실시하는 식미(食味)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도 연초 농어촌 포털 ‘더농부’ 인터뷰에서 올해 기대되는 대표 농산물로 쌀을 꼽았다.
맛 좋은 쌀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재배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하고 ▲종자 소독부터 알맞은 비료 주기와 물 관리 ▲적정 시기에 맞는 벼 베기와 건조 ▲저온 저장 및 도정에 이르기까지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중 재배 목적에 부합하면서 지역에 생태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해당 지역에 적합한 품종을 추천하고 있다. 지역 장려 품종 중 출수기(出穗期·벼나 보리 이삭이 패는 시기)가 다른 2~3품종을 적절히 안배해 재배하면 기상재해 경감 효과도 볼 수 있고, 작업 시기까지 분산할 수 있어 더욱 효율적이다.
◇품질표시사항 확인해 ‘좋은 쌀’ 고르기
쌀을 고를 때 주로 지역명으로 된 브랜드만 보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좋은 쌀을 고르는 기본은 쌀 포장지에서 품질표시사항을 찾아보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생산자 표기로 제품에 대한 품질과 신뢰성을 높이고자 2004년부터 양곡 표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품질표시사항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품목’이다. 품목은 단일미와 혼합미로 나뉜다. 단일미는 80% 이상 순수 단일 품종을 말하고, 혼합미는 2개 품종 이상을 혼합해 품종 등록 전 품종을 모르는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단일 품종으로 지은 밥이 더 맛있다.
단일 품종은 각 지역에서 기후와 풍토에 맞게 개발한 우리 쌀 품종이나 외래 품종을 말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논의 90% 이상이 국산 품종으로, 점차 그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차지고 부드러운 맛을 선호한다면 ‘영호진미’ ‘참드림’ ‘삼광’ ‘십리향’을 선택하면 좋다. 아밀로스 함량이 18% 전후로 찰기가 강하게 느껴지며 식감이 부드럽다.
차지지만 씹는 맛이 느껴지는 밥을 선호한다면 ‘해들’ ‘일품’ ‘새청무’가 있다. 찰기가 뛰어나 쫀득하면서도 밀도감 있게 씹힌다. 차진 밥보다는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한다면 ‘오대’ ‘알찬미’를 추천한다. 밥알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부드럽게 씹힌다. ‘신동진’ ‘참동진’ ‘친들’ ‘새일미’는 고슬고슬하면서도 식감에 밀도가 있고, 오래 씹을 수 있어 밥알의 단맛을 음미할 수 있다.
다음으로 확인할 사항은 등급이다. 등급 표시는 멥쌀만 해당하며 의무 표시 사항이다. 등급 규격은 특·상·보통·등외(등급 기준 미달)로 나뉜다. 손상이 없는 완전미 함유율이 높을수록 우수한 쌀이다. 단백질 함량도 표시되어 있는데, 의무 표시 사항은 아니다. 단백질 함량이 6.0% 미만이면 ‘수’이고 7.1% 이상이면 ‘미’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생산 연도와 도정 연월일은 산화가 적은 최근 것이 맛있다.
◇좋은 쌀을 올바른 조리와 보관으로 더 맛있게
쌀의 조리도 밥맛에 큰 영향을 끼친다. 쌀을 씻을 때 첫 물은 쌀겨 냄새가 밸 수 있으니 빨리 헹구는 것이 좋다. 쌀을 다 씻고 불릴 때는 수온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여름엔 30분, 겨울엔 1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밥물을 맞출 때는 물이 쌀 부피의 1.2배가 되도록 한다. 불린 쌀은 1.1배, 잡곡 쌀은 1.7배, 묵은쌀은 1.5배로 하면 좋다. 햅쌀의 경우 밥솥 눈금 선 아래로 물을 약간 덜 넣어주면 질지 않고 찰기 있는 밥이 되고, 멥쌀은 평소 짓던 물 눈금 선에서 계량컵의 절반 이상 물을 더 넣으면 부드럽고 윤기가 살아난다. 묵은쌀은 수분이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밥을 했을 때 푸석푸석하고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다. 이때 식초·다시마 물· 청주 등을 넣으면 쌀의 효소가 활성화되면서 밥맛이 살아난다.
좋은 쌀을 올바르게 보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쌀통 안에 남은 쌀과 새 쌀은 서로 섞지 않는 것이 좋다. 오래된 쌀의 쌀겨가 새 쌀의 질을 빨리 상하게 할 수 있다. 고추나 마늘을 쌀통에 넣어주면 쌀벌레가 생기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쌀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실온 2주, 냉장 2개월 정도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쌀의 향미가 날아가지 않게 하려면 밀폐 용기·페트병에 담거나 비닐 지퍼백에 소량씩 보관하면 좋다.
농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올해 벼 수확과 다가오는 농업인의 날(11월 11일)을 기념해 11월 초 ‘쌀이 옳(All)-다! 온라인 햅쌀 판매전’을 롯데ON과 11번가에서 추진한다. 이번 판매전은 국산 품종 및 저탄소 재배 쌀 품목으로 구성된다. 저탄소 재배 쌀은 벼농사 중 발생하는 메탄을 줄이는 친환경 농업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첫선을 보이는 것이라 더욱 기대가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을 알고 밥을 지으면 훨씬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농업인의 날을 맞이해 우리 쌀과 농업의 소중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