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통증이 느껴지면 정형외과에 방문하곤 한다. 허리나 무릎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형외과에서 디스크나 협착증, 관절염 등을 진단받고 이에 따른 시술·수술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치료 후에도 다리가 시리고 저린 증상이 계속돼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종아리가 저리고 붓는 증상에 허리 통증까지 동반되면 단순히 ‘척추관 협착증’만 생각한다. 이에 허리 치료에 집중하는데, 허리 통증만 개선되고 종아리 통증은 좋아지지 않아 문제다.
치료 후에도 잔존하는 다리 통증은 정형외과 의사들에게 난제다. 통증의 획기적인 완화를 기대하며 허리나 무릎 치료를 실시하지만 치료 후에도 다리가 시리고 저린 증상이 계속되면 환자는 물론 주치의도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제일정형외과병원은 척추·혈관 질환 전문의 협진을 통해 이러한 다리 통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한다. 김연호 척추·혈관센터 원장은 “척추 수술 후에도 다리의 통증이나 저림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며 “이때는 종아리 통증의 원인으로 ‘정맥 부전’이나 ‘하지정맥류’ 등 혈관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종아리 통증의 원인이 혈관 질환에 있는 사례가 제법 있다. 김 원장은 “경험적으로 환자 10명 중 1명은 척추 외 다른 조직에서 문제가 발견된다”며 “원인 중 하나가 정맥 부전으로,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통로인 정맥에 역류가 발생하면서 다리 저림 증상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맥 부전은 척추관이 좁아져서 다리로 가는 신경이 눌리고 통증이 유발되는 척추관 협착증과 증상이 매우 유사하다. 차이점도 있다. 가만히 서 있으면 통증이 줄어드는 척추관 협착증과 달리 정맥 부전은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도 다리 저림 증상이 느껴진다. 또한 척추관 협착증은 걸을수록 증상이 악화하는 반면 정맥 부전은 걷다 보면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척추관 협착증이 심해지면 정맥 부전처럼 서 있거나 앉아 있을 때조차 통증이 느껴지는 등 두 질환이 더욱 비슷한 양상을 보여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정맥 부전으로 인한 다리 통증을 무릎 질환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무릎 뒤쪽 부분인 오금에 통증이 느껴지면 무릎 질환이 아닌 정맥 부전을 의심해볼 수 있다. 무릎의 문제로 오금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무릎 수술 후에 무릎 옆이나 종아리 통증이 계속될 때도 정맥 부전을 의심해봐야 한다.
‘토니켓’이라는 의료용 압박대를 이용하면 정맥 부전을 간단하게 검사할 수 있다. 다리에 토니켓을 부착해 하지정맥의 흐름을 일시적으로 막아 증상에 변화가 있는지 관찰한다. 증상이 있는 부위를 토니켓으로 묶었을 때 불편했던 증상이 좋아진다면 평소 혈액이 역류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므로 정맥 부전을 의심해봐야 한다.
토니켓 테스트로 간단하게 진단한 뒤 정맥 부전이 의심되면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다. 원인이 되는 정맥부터 환자의 증상에 맞게 의심스러운 정맥까지 역류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동맥과 정맥의 혈류를 검사할 수 있는 혈관용 초음파 진단기로 검사하는 것이 좋다.
치료도 과거에 비해 비교적 간단해졌다. 정맥부전 치료에 대해 혈관영상의학센터 권용원 원장은 “과거에는 전신마취를 하는 외과적 수술이 주된 치료법이었으나 최근에는 시술 치료가 주로 시행되고 있다”며 “작은 정맥이면 경화제로, 굵고 깊은 곳에 있는 정맥이면 고주파나 베나실 등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진단이 잘 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제일정형외과병원은 의료진 간 협진을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질환을 복합적으로 앓는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척추·관절 중점병원에서 척추 질환과 증상이 유사한 정맥 부전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 원장은 “척추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맥 부전도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까다로워진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정맥 부전도 혈관 경화 요법 등을 통해 쉽게 치료할 수 있으니 종아리 통증이 느껴지면 척추 및 혈관 질환에 전문성을 갖춘 병원에 즉시 방문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