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들이 너도나도 AI 관련 학과 또는 전공을 신설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AI가 올해 대학가 신설 학과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올해 신설된 AI 관련 학과·학부·전공 현황과 주요 특징 등을 자세히 살펴봤다.

◇올해 AI 관련 학과·학부·전공 설치 크게 늘어

최근 들어 AI 관련 학과·학부·전공 등은 여러 대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본지가 9일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 내 키워드별 학과 정보에서 올해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운영 중인 학과·학부·전공을 기준으로 ‘인공지능’을 검색한 결과, 총 46개가 확인됐다. 2019년 4개, 2020년 10개와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올해 신설 또는 기존 학과·학부·전공 통합·변경 사례는 37개에 달한다.

학과·학부·전공명에 AI가 포함되는 경우도 늘었다. 실제로 대학알리미 키워드별 학과 정보에서 ‘AI’를 검색해 찾을 수 있는 학과 또는 전공은 47개로 나타났다. 2019년 1개, 2020년 10개에서 올해 47개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 중 37개가 올해 신설 또는 기존 학과 통합·변경 사례다.

이러한 AI 관련 학과·학부·전공은 대다수가 대학알리미 사이트 내에서 공학 전기·전자·컴퓨터 계열로 분류되고 있다. ▲가천대 AI·소프트웨어학부 ▲고려대(세종) 인공지능사이버보안학과 ▲서울시립대 인공지능학과 ▲한양대(ERICA) 인공지능학과 등이다.

많은 대학은 연계전공, 융합전공 등을 활용해 공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AI 관련 전공 이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서강대가 지난 2019년 개설한 ‘인공지능연계전공’이 대표적이다. 서강대 인공지능연계전공은 전공필수, 전공선택 과목 등을 36학점 이수하면 공학사 학위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교과목은 기초인공지능부터 고급소프트웨어실습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AI 교육 자체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올해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한 세종대는 오는 2023학년도부터 전교생을 대상으로 ‘AI 인증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세종대는 현재 소프트웨어(SW) 비전공자를 비롯한 전교생을 대상으로 SW기초코딩 의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전교생 대상 SW 코딩 경시대회와 AI 챌린지를 동시에 운영 중이다. AI 인증제 역시 이와 비슷한 과정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젠 ‘AI+X’가 대세… 보건의료·경영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

특히 올해부터는 AI를 다른 학문과 융합하는 ‘AI+X’ 관련 학과·학부·전공도 신설되는 추세다. 보건의료, 농업, 경영 등 여러 분야에서 AI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미래 인재를 기르겠단 목표에서다.

올해 신설된 한림대 인공지능융합학부는 헬스케어 AI를 중점 분야로 삼았다. AI를 다양하게 응용하기 위해 AI+X 기반의 복수전공 프로그램, 산학협력 공동강의 프로그램, 개별 맞춤형 AI 지원학습 프로그램 등을 도입한다.

기존의 보건복지행정과와 보건의료산업학과를 통합해 만들어진 차의과대 AI보건의료학부는 전문적인 보건의료지식과 기술에 AI 이해와 활용 능력을 더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보건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AI의 선택과 적용 등을 판단하고 분석하는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농업과 AI 기술을 연결짓는 사례도 있다. 한경대의 AI스마트팜융합전공은 최근 국내외 성장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미래농업과 ICT 분야 전문지식 교육을 함께 제공한다. 특히 ICT 분야 특화교육을 통해 국내외 스마트팜과 관련된 제어시스템기업, 데이터서비스기업, 디지털농업기업 등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전공 간 융합과목으로 제공되는 ▲AI스마트팜종합설계 ▲스마트팜설계시공 ▲AI모델링 등이 눈에 띈다.

전문대학도 잇따라 AI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운영 중이다. 전남도립대 인공지능드론학과는 자바· C언어·아두이노코딩 등 소프트웨어와 전자회로· 통신회로·전원회로 등 하드웨어를 학습하며 드론을 제작한다. 또한 쌍안경카메라센서와 같은 최첨단 센서를 이용해 영상신호처리를 학습하고, AI 드론을 제작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인문사회 계열로 분류되는 경영·경제 분야에 AI 기술을 접목한 곳도 있다. 경복대는 기존의 유통경영과와 세무회계과를 통합해 AI서비스경영과를 만들었다. 유통에 AI 기술을 더하고, 회계에 핀테크를 접목하면서 학과 통합 작업을 진행한 결과다.

이처럼 AI 관련 신설 학과가 늘어난 것은 산업 인력 수요 증가와 제도 전환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제영 이화여대 AI융합교육연구지원센터장은 “최근 AI 인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학과를 만들고자 하는 대학들이 늘었다”며 “대학이 기존 편입정원의 절반을 AI· 빅데이터 등 첨단 학과 신입생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교육부도 제도를 손질하면서 여러 대학에 AI 관련 학과가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별 대학이 기존의 교육 자원으로 AI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를 가르칠 수 있는 교수와 시설, 기자재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 센터장은 “올해 교육부의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 혁신공유대학 사업을 통해 대학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신기술 분야 교육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면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