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에서 아빠의 무관심이 중요하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엄마표’가 아닌 ‘아빠표’ 독서교육을 위해 서울대 아빠들이 뭉쳤다. 김훈종(45·서울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이재익(46·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SBS PD는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는 독서교육을 통해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대다수 아빠는 자녀 교육에 신경을 쏟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아이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많았던 김 PD와 이 PD는 자신들을 가리켜 ‘운 좋은’ 아빠들이라고 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경험이 평범한 아빠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한빛비즈)’을 이달 초 펴냈다.

서울대 출신인 이재익(왼쪽), 김훈종 SBS PD는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며 “자녀가 독서를 하며 문해력을 기르기를 원한다면 부모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솔 기자

◇아이와 교감 위해 독서교육 시작… ‘취향’과 연결

서울대 아빠식 문해력 독서법은 단순히 교육이나 입시를 위한 것만은 아니다. 첫 시작은 ‘아이와의 교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현재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김 PD는 “저희 세대만 해도 아버지와 대화가 아예 안 된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와 이 PD는 어릴 적 아버지와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며 “아이와 교감을 나누는 아버지를 대물림해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독서교육을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특히 자녀와 교감하기 위한 방법으로 ‘읽고, 쓰고, 토론하기’를 택했다. 김 PD는 “읽고, 쓰고, 토론하기는 아이의 생각과 아빠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아이와의 교감에 최적화된 방법”이라며 “영어나 수학 등을 가르치겠다고 했으면 이렇게까지 아이와 교감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핵심은 아이의 취향과 독서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 PD는 “아이에게 아빠는 놀이에 적합한 대상”이라며 “아이와 같이 놀러 나가서 하는 활동이 독서와 토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음식점과 서점이 있는 복합쇼핑몰에 자주 데려갔어요. ‘아빠는 책을 고를 테니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며 시간을 보내라’고 했죠. 아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애니메이션 잡지 같은 걸 주로 보더라고요. 어릴 때 사달라는 책들을 보면 그런 책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영역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이 PD)

김 PD 역시 자녀와 공공도서관에 놀러 가곤 했다. 그는 “아이와 함께 도서관 식당에서 라면을 먹고 열람실을 구경하고 오기만 해도 좋다”며 “열람실에 가서 그림책이나 잡지를 보다 보면 아이가 책을 하나씩 꺼내 읽는 시기가 온다”고 전했다.

◇디지털 독서로 몰입 경험… 속독 가능해져

“요즘 독서는 이전과 다른 개념이 됐어요. 우리나라 국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어마어마한 수의 활자를 읽고 있거든요. 단군 이래 이만큼 온 국민이 독서광이었던 적이 없어요. 디지털 독서의 개념도 부정할 수 없는 사회가 된 거예요. 부모의 의견과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 디지털 독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집집마다 고민하셔야 합니다.” (이 PD)

현재 과학고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이 있는 이 PD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는 “아이가 중 1~2학년 때쯤 종이책은 거의 읽지 않고, 웹툰과 웹소설을 보기 시작했다”며 “부모가 생각하기에 썩 좋지 않은 글이더라도 아이가 긴 글을 꾸준히 읽기 시작했다면 칭찬해줘야 한다”고 했다.

웹소설의 길이는 부모의 상상을 초월한다. 인기 있는 웹소설 중에는 3000회가 넘는 작품도 있다. 종이책으로는 40여 권에 달하는 분량이다. 이 PD는 “아이가 그동안 읽은 웹소설이 수십 작품이라고 하더라”며 “스스로 읽는 게 재밌으니까 가능한 일이지, 부모가 시켜서 하는 독서였다면 평생 못 읽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PD의 아들이 웹소설을 매회 결제한 시간의 간격은 5분 안팎. 엄마가 웹소설을 읽는 시간을 하루에 1시간 또는 2시간으로 제한하면 아이가 웹소설을 읽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독서에 몰입하며 자연스럽게 속독을 익힌 것이다. 국어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시험에서 매번 고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아이의 문해력을 기르는 원동력은 ‘흥미’에 있어요. 아이가 흥미를 찾고, 그 흥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단단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정지작업입니다. 종이책을 읽지 않거나 골고루 읽지 않아도 좋아요. 독서에 몰입하는 경험을 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독서 주제를 확장하는 일은 그다음이죠.”

◇아빠도 함께 읽어야… 필사·요약도 도움

아이의 문해력을 다방면으로 기르기 위해선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독서록’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다 보면 대화 소재도 다양해진다. 이 PD는 “방학마다 주어지는 독서목록에 아빠들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예를 들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도시 개발로 인해 쫓겨난 빈민층의 모습이 현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주면 굉장히 흥미로워하며 관심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교육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 PD는 “아이가 유튜브 등에서 어떤 영상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을 때 이와 관련된 책을 주면 부모가 원하는 수준의 책을 자연스럽게 펼쳐보게 된다”며 “평소에 부모님이 읽으라고 할 땐 읽지 않다가도 아이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면 하룻밤을 새워서라도 읽어버린다”고 전했다.

독서교육은 결국 글쓰기로 이어진다. 김 PD는 아이가 중 1 때 1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수능 기출문제 비문학영역 지문을 필사하고 요약하도록 했다. 그는 “처음엔 아이가 굉장히 하기 싫어했지만, 몇 개월 뒤 국어 과목에서 토론하거나 시험을 볼 때 스스로 실력이 는 것을 깨닫고 좋아하더라”며 “중학생이 지금 당장 파악하기에는 어려운 지문이라고 하더라도 아빠와 함께 반복해서 정독하면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