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1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별아(소설가), 김태수(변호사),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 광복절 특사
-8·15 광복절 특별 사면과 관련된 보도가 이어졌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 대상 포함 여부가 쟁점이었다. 사면이 이뤄지는 기간 조선일보에 충분한 분석 기사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적인 톤을 유지한 것은 이해되지만, 조금 더 심층적인 분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집권 초 이재명 대통령이 굳이 정치적으로 상당한 비용과 잠재적인 권력 누수를 감수하고 대안적 여권 리더를 사면한 이유에 대해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사면 땐 정치권 후폭풍… 與 일각 “국정 동력 악영향 우려”>(8월 8일 자 A4면)에서 ‘정치권 후폭풍’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이 공정과 정의에 대해 엄청난 상실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 조국 전 대표, 윤미향·최강욱 전 의원 등의 공통점은 범죄 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취재해 사면 심사할 때 범행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는지, 개전(改悛)의 정이 있었는지를 살폈어야 했다.
-<[社說] 정권과 대통령 망치고서야 사과한 김건희>(8월 7일 자 A31면)의 내용은 백번 옳은 말이지만, 조선일보의 그간 보도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돼야 할 비판이다. 대통령 부인이 뭔가 이상하다는 얘기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작년 12·3 계엄령 직후에도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왜 갑자기 계엄령을 단행했는가에 대해 많은 추측이 있었다. 유력한 설명은 아내 보호를 위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도 계엄령 직후 주필 칼럼을 통해 그런 의구심을 제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후속 보도에서 그러한 비판이 다소 묻혀 버린 것은 아닌가. 좀 더 매섭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밀고, 취재를 통해 대통령 부부의 변화를 압박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보이스피싱
-<보이스피싱 ‘무서운 진화’> 시리즈는 고전적인 조직범죄를 넘어서 AI를 이용하고 피해자를 가스라이팅 하는 등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을, 말 그대로 심층 취재했다. 공들인 기획이기에 단발적인 사건에 대한 피상적인 보도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이 많았다. 캄보디아 3만평 망고 농장이 실상은 보이스피싱 타운이었고 한국인 조직원이 2000명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부터 한국의 피해액이 일본의 3배라는 디지털 강국의 명암, 2030과 강남 60대 여성 피해자들에 대한 분석 등에서 다각도로 취재한 노고가 역력했다.
-<李대통령 “해수부 연말까지 옮길 것… 가덕도 걱정 말라”(7월 26일 자 A5면), <“가덕도 신공항, 입지부터 치명적” 부산 여권 인사 첫 비판>(8월 5일 자 A14면) 등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최근 2건의 기사가 크게 실렸다. 눈앞의 표만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국가 발전에 걸림돌을 놓은 사례는 역사적으로 대단히 많지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그중 으뜸일 듯싶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가덕도에 공항을 짓는 것은 대단히 신중해야 할 일이다. “걱정 말라”는 이재명 정부까지 가세해 약 15조원 규모의 대공사가 치밀한 분석 없이 마구 흘러가고 있다. 현대건설이 왜 가덕도 공사를 포기했는지 심도 있게 취재·보도하면 좋겠다. 가덕도 신공항이 미래에 짐이 되지 않는 방향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 정원은 50만명 남짓이다. 2022년 출생한 아기는 25만명이 안 된다. 이들이 2040년 18살이 돼 모두 대학에 진학해도 절반 이상의 대학이 사라져야 한다. 우리에게 닥칠 확실한 미래다. <부실 사립대 폐교 수월해진다>(7월 24일 자 A10면)에 따르면 문 닫고 싶은 사립대학은 우선 교육부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후 빚을 다 갚고 교직원과 학생에게 위로금까지 지급해야 폐교할 수 있다. 조선일보는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폐교가 수월해졌다고 평가했다. 이게 타당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같은 지면에서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 폭을 현재보다 줄이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대학 등록금을 국회에서 정하는 나라가 전 세계 어디에 있나. 대학은 자율성이 생명이다.
-<잼버리 와서 난민 신청… 소송 반복하며 2년째 한국 살이>(8월 8일 자 A2면)는 국제 행사를 계기로 입국한 일부 외국인이 난민 신청과 소송을 반복하며 장기간 체류하는 실태를 드러냈다. 난민 신청자에게 들어가는 국민 세금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면 독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1인당 월평균 지원액, 주거·의료·교육비, 재판·통역·행정 처리 비용 등 실제 소요 예산이 얼마인지 보여줘야 재정 부담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다.
▨ 사제 총기 살인
-<‘사제 폭탄’ 검색하자 영상 3000건… 을지로서 손쉽게 재료 구입>(7월 23일 자 A3면)에서 범죄의 A부터 Z까지 자세히 알려 주고 있다. 사제 폭탄에 대해 모르던 사람들도 재료 구입과 만드는 방법을 배울 것 같다. 범죄 수법을 지나치게 자세히 소개하면 모방 범죄를 낳을 우려가 있다.
-<홧김에, 무시당해… ‘앵그리 6070’ 범죄 급증>(7월 29일 자 A12면)과 관련, 앵그리 범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확실한 근거가 있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범죄 통계를 보면 노인 범죄 중 가장 많은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고, 그다음이 ‘이해 당사자 갈등’이다. 적대감이나 분풀이는 1%가 안 된다.
-<집단 괴롭힘 당한 외국인 노동자, 강제 출국 위기>(7월 26일 자 A10면)에서 “고용허가제(E-9비자)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가 퇴사 3개월 이내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국내 체류 자격을 잃는다”고 했는데, 이 사람이 강제출국 당할 이유는 없다.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 내에서 문제가 생겨 소송할 때에는 ‘G-1’ 비자라고 별도의 체류 자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다.
-<“180만원 내면 시험 대신 봐줍니다”… 부정 판치는 ‘토픽(TOPIK)’>(8월 6일 자 A10면)에서 토픽 응시자들의 부정행위를 돕는 브로커의 실상을 다뤘다. 기사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들의 부정행위를 다뤘지만 실제로는 향후 해외 인력이 어떻게 국내에 잘 정착할 수 있을지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취재해 주길 바란다.
▨ 관세 협상
-지난 한 달 경제 관련 기사의 수준이 높아진 게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기사의 방향성, 사안을 다루는 치밀성, 맥락을 보는 시야 등이 나아져 반가웠다. <관세 타결·정상회담 확정… 韓美 급한 불 껐다>(8월 1일 자 A1면) 등에서 한미 관세 타결 관련 내용과 시장의 반응을 한 번에 담아 매우 좋았다. 첫날에는 ‘쾌거’라는 분위기가 많았는데 조선일보는 우려되는 사항들을 잘 지적했다.
-정부의 법인세 최고 세율 인상 움직임과 관련, 7월 22일 자 A6면에서 3개 기사로 자세히 보도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법인세 인상을 시사한 발언에 대한 팩트 체크 성격의 <한국 법인세율 OECD국보다 낮다? 평균보다 2.8%p 높아> 등이다. 한 지면에 법인세제 국제 비교와 글로벌 최저한세 동향까지 종합적으로 담아 독자의 이해를 높였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제는 단순히 세율이 높고 낮음보다 누진 구조가 심한 것이 더 큰 문제인데 그런 맥락도 잘 짚었다.
-<與野 의원 106명 철강 위해 뭉쳤다, K-스틸법 발의>(8월 5일 자 A6면)를 읽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현재 한국 철강업은 국회의원들이 뭉친다고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50%로 정했는데, 법률 몇 개 만들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 만든다고 해결되겠는가? 보조금을 준다 해도 50% 관세를 커버하려면 얼마나 줘야 하는지, 다른 나라에 관세를 물어주기 위해 특정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 등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 소버린 AI
-<한국 ‘소버린 AI’ 만들 국가대표 5팀 뽑았다>(8월 5일 자 A8면)에서 현 정부의 AI 분야 핵심 정책인 소버린 AI 개발에 참여할 5개 컨소시엄 선정 결과를 다뤘다. 팀 선정과 향후 지원, 운영 방안에 주로 초점을 맞추다 보니 5팀이 어떤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어떤 전략으로 앞으로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추진해 나가려는지 설명되지 않아 아쉬웠다.
-<창작자들 “내 데이터 지켜라”… 공짜로 긁어 가는 AI 기업에 줄소송>(7월 23일 자 A8면)은 최근 AI 학습 데이터 확보와 관련, 일부 AI 기업이 무단으로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며 법적 분쟁이 잇따른다는 내용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대립 구도가 부각되는 반면, 양측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긍정적 사례에 대한 보도는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것이다. 신뢰성과 시의성을 갖춘 언론사의 방대한 데이터는 AI 모델 성능 향상의 핵심 자원이며, 언론사 또한 자사의 취약한 AI 기술 역량을 보완하고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AI 기업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데이터 활용과 기술 융합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협업 모델, 공동 비즈니스와 연구·개발(R&D) 사례까지 포괄하는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하다.
-<대한항공, 이코노미석보다 1.5배 넓은 ‘프리미엄석’ 첫 도입>(8월 6일 자 B2면)에서 항공사가 프리미엄석을 도입한 배경과 구체적인 좌석·서비스 변화, 해외 항공사 사례를 폭넓게 다뤘다. 다만 일반석 너비가 2.5㎝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체감상 차이가 크지 않다”는 항공사 측 입장만 실었을 뿐, 승객의 불편 여부를 꼼꼼히 따지지 않았다. 팔꿈치 공간이 줄어들면 옆 승객과 접촉이 늘고, 식사나 독서, 노트북 사용 등 기내 활동에도 제약이 생긴다. 체격이 큰 승객이나 장거리 노선의 만족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