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앞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태수·장부승·정윤혁·김별아·고산 위원, 김도연 위원장, 이성주·김재련·민세진 위원, 조중식 부국장, 김경희 위원. /김지호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가 지난 14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김경희(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 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이성주(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위원, 조중식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 李 정부 실세들

-<“전 부처 다시 보고하라” 군기 잡기 나선 이한주>(6월 20일 자 A6면), <대통령실 인사는 만사‘현’통>(6월 21일 자 A6면)은 이재명 정부의 소위 ‘실세’들을 전면에 다뤄 눈에 띄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현장 사례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인물 탐구 기사였지만, 장관 지명과 청문회 정국에서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 이재명 정부의 작동 메커니즘을 독자들에게 엿보게 해준 중요한 기회였다. 다만 이런 “실세들”이 지니는 영향력, 특히 이한주 국정기획위원회 위원장의 “군기 잡기”나 김현지 총무비서관의 비공식적 권한이 지니는 문제에 대한 비판 칼날이 무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추 농사로 돈 벌었다? 野, 배추 쌓아놓고 ‘김민석 국민 청문회’>(7월 1일 자 A5면)는 총리 후보자가 월 450만원을 벌었다고 주장한 배추 농사 발언을 겨냥해 국민의힘이 배추를 쌓아 놓고 청문회를 하는 모습이다. 청문회는 주최 측 바람대로 사진만 남았다. 내용 없는 ‘보여주기식 저항’을 하는데, 현장 취재기자들이 이런 걸 비판해야 했다.

-<“왜 송미령인가?”…>(6월 25일 자 A1·2면)는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농림축산식품부 수장에 유임된 송미령 장관에 관한 기사인데, 그가 전 정권에서 ‘농망법(農亡法)’이라고 비판했던 양곡관리법에 어떤 대안을 제시해 재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설명이 부실하다. <소신 버린 宋 “양곡법 ‘농망법’ 발언 사과… 희망법 될 것”>(6월 26일 자 A8면)도 어떻게 ‘희망법’으로 바뀐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었다. 말장난에 불과한 청문회 질의 응답이었는데, 양곡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치지 못했다.

▨ 대학 줄 세우기

-우리 사회는 모든 성과를 점수화하는 데 익숙하다. 그런데 <[2025 세계대학평가] 세계 톱30 대학에 중국 4개, 한국 0개… 서울대마저 38위로 밀려났다>(6월 19일 자 A10면)처럼 대학을 점수화해서 전 세계 수천 대학을 일렬로 세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고 합리적일까? 올해 영국의 세계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발표한 평가에서 서울대는 38위를 차지했지만, 이스라엘 헤브루 대학은 281위였다. 랭킹에서 서울대의 발뒤꿈치도 못 따르지만, 헤브루 대학에는 모빌아이(자율주행 자동차)의 특허를 17조원에 판 발명자가 교수로 있고, 유발 하라리 교수 등이 학문적 성과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도 8명 배출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헤브루 대학이 “세계 100위 안에도 못 들었다”는 식의 평가를 하지 않는다. 이제는 허상에 불과한 랭킹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대학 경쟁력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한국 학계, 글로벌 경쟁서 배제… 서울대 교수 빼가도 속수무책”>(7월 5일 자 A1·2면), <“석학 모시려 단과대까지 신설… 한국, 칭화대처럼 할 수 있나”>(7월 11일 자 A1·2면)에서 교수들이 말하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에게 충분한 보수를 주고 보수 격차로 대학교수 간 경쟁을 유도하면 창의적 연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재정 지원 환원론’에 빠질 우려가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창의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는 나라는 독자적 연구 기반과 자기 완결적인 학문 후속 세대 양성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대규모 연구 클러스터 두 곳 이상이 서로 분리돼 존재하며, 이들이 서로 경쟁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연구 환경의 구조적 특질이 연구자 보수나 연구비 액수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관련 기사가 자주 나왔는데, 정책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디에서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교육 공약이라고 하면서 지방 거점 국립대 9곳의 교육 여건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정도다. 구체적 실현 방안과 이를 통해 교육 체계가 바뀔 수 있는지,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고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 분석이나 비판적인 보도가 없어 아쉬웠다. ‘핵심 인재 100만명 양성’과 같은 구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 라벨 갈이

-<일감 끊긴 동대문 “먹고살려면 ‘라벨 갈이’라도 해야”>(7월 9일 자 A12 면)를 읽으면서 오랜 시간 동대문을 지켜온 봉제 장인들의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다만 ‘라벨 갈이’를 마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처럼 다룬 점은 우려스럽다. 수입 의류에 ‘메이드 인 코리아’ 라벨만 바꿔 다는 행위는 명백한 소비자 기만이자 불법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세관 및 유통 관리상 제도적 허점은 없는지도 함께 짚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무용수 꿈꾸던 여고생 3명의 비극>(6월 23일 자 A10면)은 유서 내용을 근거로 이들의 극단적 선택이 학업 스트레스나 진학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이를 무용 전공의 일반적 특성으로 설명했다. 복합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원인을 단일화한 것은 다소 성급한 해석으로 보인다. 이런 비극적 선택에는 학업이나 진로 외에도 학교 안팎의 인간관계, 학교 운영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할 수 있다.

-<가해자 영장은 기각, 피해자 보호는 소홀… 또 ‘스토킹 살해’ 비극>(6월 16일 자 A10면)에서 살인 사건 발생 후 가해자가 검거되기까지 행적이 기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법원의 안이한 판단이 결국 피해자 희생으로 이어졌음을 강하게 지적해야 했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살인으로 이어지는 사건들을 분석해 해법을 담은 후속 기사를 내주면 좋겠다.

-<전국 곳곳 파크 골프장, 세대 갈등 ‘벙커’ 빠졌다>(6월 14일 자 A12면)는 파크 골프를 즐기는 노년 세대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파크 골프장 증설·전환이 늘자 갈등이 늘어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를 ‘세대 갈등’이나 ‘도농 갈등’으로 규정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나 특정 사례를 일반화해 집단이나 범주 간 갈등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야간엔 ‘안이성(안과·이비인후과·성형외과) 제로’… 갈 곳 없는 응급 환자들>(6월 19일 자 A14면)에서 ‘응급 환자 광역 순환 당직제’라는 구상을 제시했다. 제한된 기존 의사 인력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내보자는 발상이지만,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부분 부정적이다. 순환 당직 중 진료한 환자가 나중에 의료 사고를 당할 경우, 당직 의사가 의료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야간에 초긴급 상태 환자를 맡게 된 당직 의사는 응급 대응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현장 의사들 시각을 기사에 반영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 주담대 제한

-이재명 정부가 역대 최고 강도의 주택 대출 규제인 ‘주담대(주택 담보대출) 6억 제한 정책’을 꺼낸 것에 대해 6월 28일 자 여러 면에 걸쳐 관련 기사와 사설을 썼다. 내용을 잘 정리했고 대통령실의 메시지 혼선에 대한 비판도 적절했지만, 새 정부 첫 부동산 정책에 대한 기사로는 다소 평면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경제적 자유를 이렇게 심각하게 억압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초강력 규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 잡기의 핵심인 공급 확대는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지, 종부세·양도세 등 세제 변화가 예상되는지 등 다양한 각도에서 미리 준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경제 이슈가 정치적 비판으로 흐른 점도 아쉬웠다.

-<“갚을 능력이 있는데…” 3040 맞벌이들 대출 규제 ‘날벼락’>(6월 30일 자 A8면) 등에서 정책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보이지 않았다. 강남 고급 아파트를 사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최소한으로나마 제공한 흙수저의 사다리를 차 버린 것이란 사실이 중요하다. 한국 사회의 경제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고 중산층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젊은 세대의 박탈감 등을 함께 거론해야 했다.

-<AI 심사관에 “좋은 평가 줘”… 논문 속 감춘 ‘비밀 명령문’>(7월 1일 자 A2면)은 연구자들의 비윤리적 행동에 초점을 맞췄으나, 실제 지식 생산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근본적 고민을 하게 만드는 사건이다. 전문가의 동료 평가에 의존하는 현재 학술 생태계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AI 활용을 어디까지로 제한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 대만의 도약

-‘진보 정권과 대만의 도약’ 시리즈는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눈에 띈 기사다. 차이잉원 정부의 성공적인 실용주의 정책을 조명하면서 오히려 보수 정권보다 진보 정권이 더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성공적으로 펼 수 있었다는 사례 보고서로, 조선일보가 새롭게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에 보내는 제안서였다. <좌·우 통념 깬 실용… 대만 반도체 도약, 진보 정권이 이뤘다>(6월 9일 자 A1면), <IBM 출신·반도체 기업가… 민간 전문가 대거 요직 앉힌 대만 정부>(6월 12일 자 10면), <“혁명보다 교육, 통제보다 협상… 이것이 대만 진보시킨 2대 키워드”>(6월 14일 자 A10면> 등 몇몇 제목만 봐도 그렇다. 이렇게 세련된 방식으로 정부 정책의 미래 방향을 논할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흘 연속 국제 기사를 A1면에 배치한 파격도 훌륭했다.

-<주요 의제로 떠오른 ‘구글 고정밀 지도’>(7월 10일 자 A4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비관세 무역 장벽 해소를 요구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우리 정부에 요청한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문제가 관세 협상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다뤘다. 이 사안이 단지 기술적 규제 문제에 그치지 않고, 관세율 협상이나 방위비 분담과 같은 민감한 외교·경제 사안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점에서 더 심층적인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 국내 디지털 지도 서비스의 산업적 위상, 정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의 확산 가능성, 데이터 해외 유출 시 국내 디지털 산업 생태계에 미칠 잠재적 영향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만화책 속 예언 당일… 日 도카라 열도서 또 규모 5.3 지진>(조선닷컴 7월 7일)이 실렸는데 일본에서 이 지진 예언이 언론의 진지한 보도 대상이 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굳이 보도한다면 일본 주요 매체들처럼 이처럼 황당한 내용이 어떻게 사람들 시선을 끌게 되었는지 심리 구조를 분석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일본 현지에서는 별 반응이 없고, ‘책 팔이 상술’이라고 여기는 현상에 대해 정색하고 진지하게 보도한 것은 좀 개탄스럽다. /정리=김정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