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가 지난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상욱(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왼쪽부터 김별아·김재련·민세진·한준·박상욱·김태수·장부승 위원, 김도연 위원장, 안덕기 부국장. /김지호 기자

[여당 경선]

- <[社說] “대통령 탈당” 이어 “대통령 탄핵” 이런 與 경선도 있었나>(2월 14일 자), <[社說] ‘진박’ 운운하다 망한 당에서 재발된 꼴불견 내분>(1월 16일 자) 등은 적전분열하는 여당의 모습을 지적하고, 이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여당(대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일관된 정책과 입법을 추구하고 싶어하는 것은 ‘책임정당론’ 관점에서 특별히 비상식적인 일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혹은 개입하는 방식이지 여당 대표 경선 과정에 관여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기는 어렵다.

- <국민 76% “한국도 독자 핵무장해야”>(1월 31일 자 A6면)는 국민의 76%가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제목을 뽑았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독자적 핵개발’ 찬성 비율을 그렇게 해석한 것 같다. 하지만 ‘핵개발’과 ‘핵무장’은 엄연히 다르며, 특히 설문조사에서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설문에서 북핵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 후 한반도 핵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과, 외교적 마찰이나 핵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준 후 자체 핵무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것이 다를 것이다. 여론조사를 일면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국민의 76%가 독자 핵무장에 동의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 작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를 대부분의 언론이 ‘이태원 참사’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으로 명명하는 데 반해 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로 정리해 쓰고 있다. 비극이 지난 자리에도 사람들은 살아 있다. 죽어버린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런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스크]

- <3년 만에 실내 마스크 벗는다>(1월 30일 자 A1면) 제목의 사진을 실으면서 마스크를 쓸 장소와 벗을 장소를 간단히 소개하고, 같은 날 A2면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변하는 일상의 여러 모습을 안내했다. 여기에 그치지 말고 지난 3년간 방역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의학적이고 사회적 관점에서 점검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 <여가부 ‘동의 없으면 강간’ 추진했다 철회>(1월 27일 자 A12면)는 여성가족부가 폭력을 쓰지 않았더라도 ‘동의 없는 성관계’를 한 사람을 강간으로 간주해 처벌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 방침을 밝혔다가 법무부가 반대 입장을 밝히자 무산되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비동의 간음죄’ 도입은 현 법원 판례나 동향 등에 맞추는 입법적 노력이다. 우리 법원은 ‘기습 추행’(2002년)과 ‘기습 간음’(2019년) 등을 강제 추행이자 폭행으로 인정했다. 유엔도 입법 권고를 한 바 있고, 주요 선진국도 성폭력 범죄로 인정하고 있다. 비동의 간음에 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 <[태평로] “7수 해서라도 醫大” 무한 半修에 대학 초토화>(1월 25일 자 오피니언면) 등은 인재를 놓고 이공계와 의대 간 벌어지는 문제를 잘 지적했다. 이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지만 공론화도 해법 찾기도 힘든 상황에서 새로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공계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성공한 창업자나 벤처 CEO 말고 이공계 출신으로 많은 성과를 올린 연구원이나 개발자 등 숨어 있는 고액 연봉자들을 시리즈로 소개하면 어떨까 싶다. 그간 이공계 이미지가 주로 공장 엔지니어의 모습으로 비쳐지는데, 고액 연봉을 받는 이공계 인재들을 많이 조명해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 추진한 서남수 “아이들아 미안하다”>(1월 13일 자 A1면)는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통합 교과과정과 수능을 고안했던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의 말을 통해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문·이과 통합 정책의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문 정부 청와대 영향 때문이라는 내용이 많다. 정책을 고안한 당사자의 사과나 자기고백이라기보다 이전 정권 탓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문·이과 통합은 무엇이며 현재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대안이 함께 제시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등록금]

- <떠밀려 부장 보직 맡는 막내 교사 늘었다>(2월 8일 자 A12면)처럼 공교육 현장에서 많은 변화가 있는데 교육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동서남북] ‘교원 임용절벽’ 폭탄 돌리기 끝내야 할 때>(2월 3일 자 A31면)를 보면 지난 정부도 그렇지만 이번 정부도 안이하게 대응하는 것 같다. <[데스크에서] 이주호 장관이 결자해지해야>(2월 9일 자 A34면)는 이주호 장관이 대학 등록금을 묶어놨으니까 본인이 문제를 풀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정부는 교육을 산업적 차원에서 기술 인력 양성 정도로 보고, 교육부 장관은 AI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공교육 현장의 후진성을 지적하는 기사·칼럼이 많이 나와야 한다.

- <용접 마스크 쓴 그녀들, 불꽃 튀기며 새출발>(2월 7일 자 A2면)은 남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직업군에 여성들이 적극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사례들을 발굴해 시리즈로 연재하면 직종에서 성(性)역할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 같은 것도 깰 수 있을 것이다. 단,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어필했다는 내용은 젠더 관점에서 조금 아쉬웠다. 남자 중에도 섬세한 사람이 많은데, ‘섬세함’을 여성의 전유물화할 필요는 없다.

- <”소득대체율 40% 유지” vs “50%로 인상” 연금특위 與野 간사·자문위 오늘 논의>(2월 1일 자 A6면)는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중간 보고가 의견 대립으로 무산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연금개혁 쟁점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놓고 도출된 4개 안을 소개했는데, 각 안에 대한 방향성과 분석이 빠져 아쉬웠다. 열흘 후 <연금개혁 떠넘기는 국회, 미적대는 정부>(2월 10일 자 A1면) 기사가 나왔는데, 그동안 언론이 주기적으로 압박했다면 국회가 이렇게 손을 놔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연금특위 활동 시한인 4월 말까지 언론이 지속적으로 압박해 최소한의 개혁이라도 다시 하게끔 재촉해야 한다.

- <고속도 적외선 쏴 블랙아이스 관측>(1월 19일 자 A12면)은 ‘도로 위 시한폭탄’으로 불린다는 ‘블랙아이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속도로에 적외선을 쏴 관측하고 이를 내비게이션을 통해 실시간 안내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블랙아이스’가 무엇인지 설명이 나와 있지 않다. 최근 언론에서 다뤄졌다고 해도 간략한 설명이라도 붙이는 게 필요하다.

[AI]

- <AI, 일상을 바꾸다>(2월 3~9일 자)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창을 만들어 제공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주로 경제, 교육, 의료 등에 초점을 맞췄는데, AI로 인한 삶의 변화는 대단히 방대한 분야에서 일어날 것이다. 우리 사회에 특히 중요한 국방을 비롯해 불평등, 감시 사회, 정당 정치 등을 포함한 사회적 이슈가 AI에 의해 어떻게 바뀌어 갈지도 다루면 좋겠다.

- <삼성, TSMC 경쟁력 비교>(1월 25일~2일 2일) 시리즈는 반도체 업계 세계 1위를 지켜오던 삼성전자가 어떻게 TSMC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가를 심층 분석한 기획이었다. 여러 각도에서 방대하게 접근했다. 반도체 산업정책을 결정하는 국회와 정부 담당자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작은 책자로 만들어 배포하길 권한다.

- <입주·개교 지연.. 화물연대 파업 여파는 컸다>(1월 13일 자 B1면)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피해 자체가 상당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사에 언급된 공사 지체 피해액 추산값(하루 평균 1600억원)은 대한건설협회 즉, 피해를 주장하는 측의 주장이다. 반대편의 추산값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 양쪽 입장을 같이 제시하는 것이 균형성 차원에서 필요해 보인다.

[7광구]

- <9000조 油田 독식 노리는 일본..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2월 11일 자 B4면)는 한일 정상회담 앞두고 다시 주목받는 ‘7광구’에 관한 내용이다. 요지는 1974년 한일 간 대륙붕협정을 맺고 ‘7광구’를 설정해 공동개발하기로 했는데, 일본이 1980년대 중반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공동개발을 거부해 개발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에 언급된 석유 매장량에 대한 근거가 확실하지 않고, 당시 우리나라도 영국 석유회사 BP를 컨소시엄에 참여시켜 탐사했지만 BP는 ‘경제성이 없다’며 2년 만에 철수했다. 요즘 제7광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고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도 관련 글들이 많아졌다. 자원민족주의를 내세워 한일 관계를 또다시 흔들려는 조짐으로 읽혀진다. 이 문제를 민족주의적인 관점에서만 볼 게 아니라 실제 개발 가능성이 얼마나 되고 경제성이 있는지를 과학기술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탄소 줄이는 재생 농업, 글로벌 기업들 속속 동참>(2월 10일 자 B8면)은 미국에 등장한 친환경 재생농업에 대한 내용이다. 기사에서 소스로 밝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를 비롯, 외신과 각종 자료를 종합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사에 미국 농부와 대학교수의 멘트가 등장하는데, 외신을 인용하지 않고 마치 기자가 직접 만난 것처럼 ‘더블 쿼트’(큰 따옴표)로 처리했다. 국내 기자가 직접 인터뷰하지 않은 외국인의 말을 더블 쿼트로 보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외신 인용 보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