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가 지난 12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 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김태수(변호사),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상욱(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약식 회견]
- 핫이슈인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과 관련해 조선일보는 <[社說] 대통령 ‘도어스테핑’ 절제된 모습으로 재개하길>(11월 22일 자), <[朝鮮칼럼] ‘무례한 언론’에 대처하는 권력의 자세>(12월 5일 자) 등에서 MBC 기자 행태에도 문제가 있지만 대통령이 더 포용적인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했다. 그보다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더 소통하라”는 지적보다 현 소통 방식 등을 개선해 언론과 최고 권력자 간 적절한 소통 구조를 만드는 방안에 대한 조언이 더 필요해 보인다.
- <野, 사회적 기업 年7조 밀어주기... 與 “친야 단체 특혜법”>(11월 30일 자 A5면), <[社說] 세금으로 운동권 카르텔 지원, 反사회적인 ‘사회적 경제 3법’>(11월 30일 자)에서 일부 사회적 기업이 야권 성향 단체와 연계되어 있고, 특정 정치적 성향의 시민 단체가 사회적 기업 이름으로 보조금을 받은 것을 비판했다. 그러나 특정 정치적 성향 시민 단체가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보조금을 수령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그 보조금을 사회적 기업 본연의 목적에 충실하게 사용했는지를 따져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취약 계층 자립·자활을 위해 모범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사회적 기업 관련 법률은 참여정부 때 만들어졌지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졌다. 사회적 기업 없이 돌봄 등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국가 운영에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전법]
- <’한전법 부결’ 비난에... 與野 황급히 “연내 재처리”> <안일했던 與, 당권주자·윤핵관들 대거 결석>(12월 10일 자 A5면)은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는 법안이 소관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되었지만 정작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여야 합의로 재추진하겠다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담았다. 특히 부결 원인 중 하나로 의원들 회의 불참(不參)을 꼽고 명단을 명시적으로 나열한 것은 적절했다. 미디어 노출에 촉각을 세우는 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에 대한 찬성·반대는 의원들에게 언제나 허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불참은 명분이 없다. 법안 표결보다 우선하는 의원의 할 일이 무엇인가. 앞으로 주요 정책 표결 불참 의원 명단은 지속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
- 화물연대 파업(집단 운송 거부)을 다룬 <민노총, 국가 물류 인질 잡고 정치투쟁>(11월 23일 자 A1면) 제목은 언론이 팩트에 앞서 판정과 평가부터 한다는 느낌을 준다. 화물연대에 이어 지하철, 학교 급식 조리원, 철도 등 줄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 각 파업의 쟁점·내용이 다른데 이를 뭉뚱그리는 바람에 기사가 오히려 정치 투쟁으로 몰아버리는 느낌을 준다. <원칙이 이겼다, 화물연대 16일 만에 백기>(12월 10일 자 A1면)는 이 사태에 대한 평가를 ‘승패(勝敗)의 관점’으로 드러냈다. 민노총이 정부에 ‘완패’했다는 표현도 나온다. 화물연대 사태는 여론과 언론에 밀려 화물연대가 운송 거부를 포기한 셈인데, 6개월 동안 제대로 된 협상 없이 사태가 터진 후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공한 것이 과연 ‘원칙’인가, ‘혼내주기’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파업 철회 후 여전히 남은 불씨에 대한 성찰과 노동 현실 개선에 대한 후속 보도가 필요하다.
-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불법 파업”이라고 했을 때 파업 과정 자체를 다룬 듯하지만, 실제는 <”제발 좀 살려달라” 화물연대 파업 불참 기사의 절규>(12월 7일 자 A1면)처럼 민주노총이 일탈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날 A3면 <”일하는 XXX들아, 길바닥서 객사해라” 조폭 같은 민노총>은 훨씬 더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쇠구슬을 쏘는 등 민노총의 “조폭적 행태”에 분명 문제가 있지만, 그것이 “불법 파업”의 핵심 내용인 듯이 기사를 쓰면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본질은 파업 과정 자체가 불법적이었느냐는 것이다. 추후 “노동 환경이 안전 운행을 저해한다”는 화물연대의 주장을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판사 막말]
-서울변호사회가 매년 발표하는 법관 평가는 일부 판사의 막말 때문인지 거의 빠짐없이 보도되고 있다. 올해도 변호사한테 반말하며 타박하는 판사 사례를 중심으로 <”그따위로 할 거면 딴 데서 재판받든가”... 일부 판사 반말·막말 여전>(12월 6일 자 A10면) 기사가 나왔다. 하지만 비슷한 유형 기사가 매년 반복되면서 판사 막말이 단순한 ‘가십’ 정도로 취급되는 듯하다. 판사 막말을 시정할 제도적 장치는 없는지, 제재 방법이 없다면 벌칙 신설 등을 고려할 수 없는지 등 건설적 방향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 <’민식이법’ 있으면 뭐 해... 강남 한복판 하굣길에서 또 숨졌다>(‘아무튼 주말’ 12월 10일 자 B4면)를 계기로 스쿨존 어린이 보호 구역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면 좋겠다. 아이들을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출근하는데, 스쿨존이 정말 형식적으로 되어 있다. 왕복 4차선 도로인데 횡단보도 직전 약 5m 정도만 어린이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도로가 있다. 초등학교 인접 도로는 출입문 기준 적어도 50m 정도는 스쿨존으로 표시해 서행 운전이 일상화되도록 언론이 지적할 필요가 있다.
- <아이가 행복입니다> 기획을 보다 보니 재미있고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 문제를 많이 제기하는데, 주로 부정적인 얘기가 많으니까 아이 낳으라고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져 반발심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이 기획은 아이를 낳아 행복한 사진과 이야기가 나오니까 일종의 긍정적 응원 효과가 있어 보인다.
- <’1000원의 마법’.. 우도서 일회용 컵 사라졌다>(11월 17일 자 A12면)는 코로나가 끝날 경우 관광지마다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시민 참여를 통한 자발적 환경보호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자발적이고 시민 주도적인 환경보호가 널리 알려지고 독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이런 기사가 많아지면 좋겠다.
[종부세]
-종부세 기사가 쏟아졌다. 특히 감세(減稅)를 주장한 정부안이 입법 불발로 통과되지 못하는 모양새여서 이전 정부에 대한 비판의 의미까지 포함된 기사들이었다. 아쉬웠던 점은 언론이 이런 문제를 미리 제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관련 논의가 촉발된 것은 종부세 고지서가 발부된 이후로, 올해 부과될 종부세액이 결정되고 난 다음이기 때문이다. 이 중 <”종부세 내는 1주택자 절반이 연소득 5000만원 이하”>(11월 27일 자 A3면)는 정부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 보유세인 종부세와 과세 대상의 소득 수준을 뒤섞어 비교하는 대신 더 상세한 검증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 <한국서 점화된 망 이용료 의무화 논쟁... 빅테크 vs 세계 통신업계 대결로>(12월 2일 자 A37면)는 최근 ICT 업계 화두인 망(網)이용료 관련 갈등을 잘 정리했다. 다만 국내 통신 업계와 해외 콘텐츠 제공자의 갈등뿐 아니라, 망 이용료 의무화가 국내 콘텐츠 제공자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망 이용료 고착화가 혁신적 콘텐츠 제공자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 <[NOW] 韓총리, 목티 입고 에너지 절약 지시>(12월 10일 자 A1, A6면)를 보면 구시대적 탁상·전시 행정에 말단들만 동태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공공 기관의 실내 난방 온도 제한인 17도면 손이 시리고 입김이 나오는 수준이다. 절약하는 에너지 대비 떨어진 업무 효율성이 얼마나 되는지, 현장 고통을 자세히 취재해 더 강력하게 비판할 필요가 있다.
-<20대 배달맨 30% 급감... 청년만 실업 고통 커졌다>(12월 5일 자 B1면)는 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배달 특수가 끝났다는 것을 통계 수치와 함께 잘 분석했다. 특히 특수 형식 근로 종사자(특고) 감소가 20대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명쾌하게 전달했다. 이들이 실업자로 전환되고 있는 것을 경고해 20대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는 것으로 읽히는 면도 있다.
- <한국판 NASA 등 우주경제 로드 맵, 尹 오늘 발표>(11월 28일 자 A5면)는 내년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한다는 정부 발표를 다루었다. 윤 대통령은 10년 후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하고,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주개발에는 치밀하고 냉철한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광복 100주년을 맞아 태극기를 꽂겠다는 감성적 접근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기술 수준과 재정 능력, 국제 협력 가능성, 연관 산업 영향 등을 집중 분석할 필요가 있다.
[월드컵]
- 카타르 월드컵의 흥미로운 소식을 다방면의 폭넓은 취재로 전달해 준 것을 높이 평가한다.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이 내셔널리즘인데, 이 때문에 흥미가 높아진다. 하지만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으로 연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외국 선수를 조롱하는 듯한 <버벅댄 호날두, 벤투호의 16강 진출 숨은 공신?>(12월 5일 자 A4면) <아이고 ‘두’야..>(12월 6일 자 A29면) 등은 제목을 더 다듬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 <[길] 그 골목, 작은 음악회... 이태원을 위로하다>(11월 19일 자 A10면)에서 예술을 통해 상처받은 공동체를 위로하는 자발적 행사를 소개해 고마웠다.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 활동에 관심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리=김정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