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14일 비대면 화상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한은형(소설가),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은 지난 14일 비대면 화상회의에서‘탄소 중립’을 위해 나무를 마구 벌채하는 정책을 비롯, 강제징용 판결, 소형 원전 등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사진은 지난달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일대 산이 대규모 벌채로 민둥산이 된 모습. /고운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새 당대표에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선출되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30대 야당 대표의 상징성에 주목해 다양한 분석을 했으나 대개 예측 가능하고 틀에 박힌 내용이 많아 감흥은 별로 없었다. 소재는 참신한데 다루는 방식이 진부해 보였다. 그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기성 정치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국민은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어떻게 보고 대응해야 하는지 등 깊이 있는 논의가 없어 아쉬웠다.

-이준석 대표가 왜 당대표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20대 남자와 대구에서 열광적으로 지지했다는데 왜 그런지 궁금증으로 남는다. 그의 철학과 브레인 집단 등을 알아야 국민의힘이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을 텐데 관련 정보가 부족했다. 그가 하는 말을 받아 적지 말고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치하는 사람들은 엑셀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는데 정치인이 왜 엑셀을 배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젊다고 다 옳은 것은 아니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단선적인 시각을 주의해야 한다.

-<이낙연 “도쿄 올림픽 보이콧”… 정세균 “저놈들”>(5월 31일 자 A6면)은 이낙연·정세균 대선 주자가 독도 표기 문제로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발언을 기사화했다. 우리가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한다는 것은 당치 않는 얘기고, 가능하지도 않아 보인다. 이런 식의 ‘아니면 말고’식 발언은 국익을 훼손하거나 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 반일(反日) 여론에 부합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해야 한다.

[한미 회담]

-<[NEWS&VIEW] 한미, 동맹을 복원하다>(5월 24일 자 A1면)를 보면 외견상 한미 동맹을 복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 정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수년간 취하던 입장을 갑자기 바꾼 것을 진정한 정책 전환이라고 볼 근거가 거의 없다. 오히려 공동성명 문안 교섭 과정에서 우리가 받아내고자 했던 북한 관련 표현을 얻으려 미국이 원하던 중국 관련 내용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한미 정상 합의 내용이 지속 가능한지, 후속 조치로 백업될 수 있는지 등을 짚어봐야 한다.

-지난 한 달 동안 도쿄 올림픽과 코로나 방역, 강제 징용 판결 후 과거사 문제 등에 관한 일본 관련 보도가 많았다. 가장 돋보였던 것은 <[양상훈 칼럼] 이제 우리도 일본에 돈 달라는 요구 그만하자>(6월 10일 자 A30면)였다. 우리가 극일(克日·일본을 이기다)했는데, 왜 아직까지 일본에 과거사 문제를 걸고넘어지면서 돈을 달라고 하느냐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극일을 넘어 ‘졸일(卒日·일본을 졸업하다)’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MZ세대는 일본에 얽매이지 않는데, 기성세대는 극일은 고사하고 친일·반일 얘기를 하고 있다. 일본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라 친일·반일, 그리고 극일을 거쳐 졸일하는 과정을 보듬고, 이를 계기로 진정한 한일 관계를 성찰해야 한다.

[국가교육위]

-<국가교육위 강행, 文정부 임기말 ‘교육정책 대못’>(5월 15일 자 A14면)은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국가교육위 설치의 문제점을 잘 지적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위헌·위법성 여지도 짚어야 했다. 국회의 입법권은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없다. 헌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되고, 관계 법률과 상충하거나 모순돼서도 안 된다. 헌법에 따르면 교육 등 행정권은 정부에 속하고, 정부조직법은 정부 부처 중 교육부가 교육의 주무 부처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상급 기관으로 들어서는 국가교육위 설치는 헌법 및 정부조직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국가교육위가 필요하다면 교육부 장관의 자문위원회로 설치해야 한다. 이런 점을 지적해야 한다.

-정부가 ‘탄소 중립’을 위해 멀쩡한 산을 대거 벌목한 것과 관련, 조선일보가 현장 취재와 전문적 식견을 동원해 실태를 고발한 후 산림 정책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이 언론의 힘이자 순작용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나무의 탄소 흡수력과 ‘싹쓸이 벌채’를 유발하는 구조적 원인 등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정부는 ’30년 이상 된 나무는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간벌(솎아베기)만 잘하면 그늘진 숲에 햇빛이 들어와 나무의 성장 속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또 임목을 벌채할 수 있는 나무 나이 기준을 대폭 완화해 마구 벌채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을 비판해야 한다.

-<中 원격의료 전문 의사 25만명… 美선 아마존·구글도 뛰어들었다>(6월 3일 자 A6면)는 미국·중국 사례를 통해 원격의료의 가능성과 사회적 편의를 보여주었는데, 시행 시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는 것도 지적해야 한다. 현 의료계의 반대와 추가 의료진 수급 문제 등을 비롯, 미국과 중국의 경우 낙후한 의료 전달 체계를 극복하려는 방안이라는 점도 짚어야 한다.

[대학 평가]

-<[QS 2021 세계대학평가] 톱 100, 국내 대학 6개중 4개 순위 하락>(6월 9일 자 A12면) 기사는 한국 대학들의 순위가 하락한 요인에 대해 등록금 동결, 정부 규제로 인한 재정난 심화 등 상투적인 설명에 그쳤다. 대학의 문제를 사회 문제나 미래 문제로 보고 근본 처방을 내리는 심층 보도가 필요하다. 외국의 일류 대학은 경쟁 원리를 도입해 교수들 연봉이 성과와 능력에 따라 천자만별이다. 대학의 혁신 방안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어젠다를 제시해야 한다.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소개하며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기사가 많았다. 문제는 기술적으로 모호하거나 개념적으로 헷갈리는 것들이 뒤섞인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6월 4일 자 A1면 <원전 결의>에서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소듐 냉각 고속로(SFR) 방식의 소형 원전 건설 계획을 소개하며 ‘꿈의 원전’이라고 했는데, 서로 다른 기술인 SMR(미니 경수로)과 SFR(고속 증식로)의 특징을 혼동하고 있다. SFR은 핵 물질 생산에 활용될 수 있어 우리나라는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다. SMR도 아직 안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회적 수용성도 불투명하다. SMR에 대한 장밋빛 그림만 그릴 게 아니라 차후 탈원전 정책이 합리적으로 수정될 수 있도록 객관적·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테크핀]

-<증권사가 15년간 쌓은 400만계좌, 카카오는 1년만에 달성>(6월 4일 자 A1면)은 금융의 디지털화 현장을 잘 보여주었다. 테크핀 기업들의 증권 계좌 수 증가 속도는 대단하지만, 이는 소액 계좌, 자투리돈만 들어가도 계좌로 카운트했기 때문에 가능한 숫자다. 총 계좌 수와 함께 계좌 평균 금액, 총 입금 금액 등을 같이 비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카카오뱅크의 예상 기업가치가 40조원 이상이라고 했는데, 그에 대한 요인 분석이 없는 것도 아쉽다.

-<방탄소년단, 아시아 그룹 최초 美음악잡지 ‘롤링스톤’ 표지에>(5월 15일 자 A29면), <파리의 여왕이 된 발레리나 박세은: 동양인 최초로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에>(6월 12일 자 A1면) 등에 ‘아시아 그룹 최초’ ‘동양인 최초’ 등의 표현이 나오는데, 이제 이런 식의 표현은 낡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들은 거리낌 없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데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그들에 대한 칭찬이라기보다 꼰대들 시각의 군더더기로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