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조순형 전 국회의원)가 지난 14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토론했다. 조 위원장을 비롯해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박상욱(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위성락(전 주러시아 대사), 정유신(핀테크지원센터장), 홍승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김성호(연세대 정외과 교수), 김준경(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손지애(이화여대 초빙교수), 한은형(소설가) 위원은 의견을 따로 보냈다.
[위임통치]
<"김여정에 권한 일부 위임, 후계자 결정된 건 아니다">(8월 21일 A1면) 기사는 김정은이 위임 통치에 들어갔다는 국정원의 국회 보고를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보도했다. 이는 장기간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한 사안인데도 막상 근거가 부족해 수긍하기 어려웠다. 또 다른 문제는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에 비공개 보고를 해도 여야 의원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관행이다. 정보기관은 이를 통해 여론몰이를 하기도 한다. 여론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파악하고 계산된 행보를 보이기도 하고, 북한 반응을 떠보기도 한다. 이런 잘못된 관행에 문제를 제기해 정보기관의 ‘정보 포퓰리즘’ ‘정보의 정치화’를 경계해야 한다.
<외교 리스크 된 송영길의 입>(8월 21일 A6면)에서는 “유엔군은 족보가 없다”는 송영길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의 말을 일회성으로 보도하는 데 그치지 말고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유엔사 창설 경위와 국제법적 지위, 6·25 전쟁에서 역할, 한국 안보에 대한 기여 등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유엔사는 한반도 유사시 유엔군이 재편성될 경우 일본의 후방 기지와 증원군을 관리하는 등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조직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의료 파업]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정책에 반발하는 의료 파업 관련 보도는 정부가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정책을 제시해 성급하게 밀어붙이고, 반발이 일자 갈라치기식 대처 방식을 동원했다는 것을 잘 지적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주도한 불투명한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비판은 주목받지 못했다. 복지부가 아닌 청와대가, 그것도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일부 의료계가 이념적으로 신봉하는 공공 의료 정책을 학계 논의,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기습적으로 추진한 것을 더 부각해 비판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460곳 분석 넘지 못할 벽 아니더라">(8월 12일 A27면)는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을 인터뷰하면서 “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이긴다는 지일극일(知日克日)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한 그의 발언으로 마무리했다. 기사는 일본 소부장 기업의 장단점을 잘 지적했으나 ‘지일극일’이란 표현이 거슬렸다. 우리가 늘 그래왔듯 일본을 넘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일본과 같이 가면서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코로나19]
코로나 방역을 위해 식당·카페에 들어갈 때 QR 코드를 찍거나 연락처를 기입하는 등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개인의 자유·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은 심각하게 취급해야 한다. QR 코드를 찍으면서 스마트폰 내 다른 정보가 누출되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사람도 있다. QR 코드나 방문자 명부를 사용하는 나라는 얼마나 있고, 영국에서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확진 환자의 밀접 접촉자를 확인하려는 시도가 왜 중간에 중단되었는지 등을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방문자 명부 작성은 대개 사회주의적 국가가 도입 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부작용이나 인권침해 위험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요즘 매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몇 명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0주 각 대학의 확진자 수까지 상세히 추적하고 있다. 백신·치료제 개발 진행 상황과 특성 등도 매일 업데이트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일회성으로 그칠 게 아니라면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축적, 독자들이 누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정보와 시각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 상황이 궁금하거나 심각한 상황이 도래하면 언제든지 신문 해당 코너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차도 쪼개 애들 챙기기 맞벌이 울고 싶다>(9월 1일 사회면)를 보면 육아 문제로 월차‧연차가 소진된 사람들의 고충이 잘 나와있다. 코로나 사태로 육아·직장일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울 정책을 조선일보가 제안할 필요가 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무형 자원을 지원해 이들의 고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여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달러·금]
<달러 가치 10% 빠지고 금값 35% 뛰었다>(8월 20일 B1면)는 미국이 거의 무제한으로 돈을 풀면서 달러가 하락하고 금값이 상승하는 현상을 잘 짚었다. 하지만 주식과의 연관 분석이 빠져 아쉬웠다. 원래 전 세계 투자자들이 달러 가치 절상을 기대할 때 미국 주식 투자가 늘어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미 주가는 달러 가치 하락과 매치되지 않는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금값은 뛰고, 주가는 최고치를 경신하는 이상(異常) 현상을 이제는 구조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전 세계 금융판이 바뀌면서 달러 가치와 주가가 엇박자를 내는 원인과 파급효과 등을 분석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개미들 ‘영끌 베팅’ 59조 몰린 카카오게임즈>(9월 3일 A2면)는 단일 종목으로 우리나라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청약 공모금을 기록한 것에 대한 요인 분석이 부족해 아쉬웠다. 이번 IPO는 모 기업의 플랫폼 효과, 비대면 구조화에 따라 레저 활동에서 게임의 중요성이 증폭되는 효과, 엔터테인먼트 수요 증가 등이 반영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사태, 비(非)대면 디지털 등이 증권시장에 큰 임팩트를 주고 있다. 20~30대가 뛰어드는 것도 주식시장의 최근 변화를 읽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금 만기 연장 등을 발표했다. 이런 구제 금융은 기업 도산, 대규모 실업 방지 등 순기능도 있지만, 코로나 위기 발생 이전에 좀비화한 부실 중소기업의 구조 조정을 지연하는 문제를 초래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생산적인 기업 구조 조정, 사업 재편 추진 사례를 현장 취재를 통해 시리즈로 소개하면 좋겠다.
[아베 퇴임]
일본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새로 출범한 스가 정권을 예측하려면 아베 정권에 대한 심층 분석이 필요하다. 아베 정권의 8년간 일본은 어떻게 변했는가, 아베노믹스뿐 아니라 여성 인력을 경제발전에 활용하는 ‘우머노믹스(Womenomics)’는 일본의 산업·사회를 바꾸는 데 얼마만큼 성과를 거두었는가, 외교적 성과는 어떤가 등을 짚어봐야 한다.
조선일보는 9월 1일 1면에 <디지털 뉴스 혁명이 시작됩니다> 사고(社告)를 내고 디지털 뉴스를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미디어 운영 시스템인 ‘아크’ 도입을 선언했다. 하지만 종이 신문과 디지털 신문은 여전히 따로 놀고 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는 훌륭하게 개편되었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찾기 어렵다. 디지털 화면과 메뉴를 바꾸는 정도에 그치지 말고 종이 신문의 근본적 변화도 시도해야 한다. 최근 TV 편성표를 없애 충성 독자들의 항의를 받은 NYT처럼 독자를 불편하게 할 정도로 파격적인 혁신을 할 필요가 있다. 언론의 본질은 바뀌지 않지만 독자와 소통하는 방식은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정리=김정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