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

메마른 땅은 죽음에 비유된다.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기본 요건이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외래 진료 때 메마른 땅에 비유하는 질환이 있다. ‘발목연골손상’이다. 발목연골손상은 당장은 절망적인 상황으로 여길 수 있지만, 치료 여부에 따라 지금보다 나은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연골손상은 관절염이라는 중증질환으로 진행돼 치료에 큰 심리·경제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얼마든지 건강한 발목으로 회복될 수 있다.

메마른 발목에 단비가 될 수 있는 치료는 무엇일까?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이다. 줄기세포 치료는 무릎에 국한돼 생각한다. 하지만 필자는 10년 전부터 발목에 적용해 국내외 학회 및 저널에 연구 성과를 보고해 왔다. 장기 추적 결과에서 꾸준히 정상에 가까운 발목기능 회복 성과가 이어지면서 지난 2019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에는 세계적인 재생의학 기업 가이스트리히 연구진과 폴란드·독일 및 국내 족부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필자가 시행하는 줄기세포는 메마른 발목에 재생을 위한 씨앗을 심는 방법으로 빈 공간을 가득 채운다는 뜻에서 ‘필홀(Fill-Hole)’ 술식으로도 불린다. 이런 방식을 택한 이유는 이전까지 줄기세포 치료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고식적 줄기세포 치료는 상처 난 부위에 연고를 바르듯 손상 부위에 도포하는 방식이다. 표면적으로는 연골이 재생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도포되지 않은 연골 내부는 재생 효과가 떨어져 강도와 기능이 정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필홀 방식은 손상된 연골 부위를 깨끗하게 정리해 표면을 드러낸 뒤 작은 홀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환자 본인에게서 채취한 골수세포를 이 곳에 채워준 뒤 줄기세포가 흐르지 않고 온전히 재생될 수 있는 거름 역할을 해줄 스캐폴드라는 특수 제재를 덮어주는 것으로 수술을 마친다.

이전 방식과 가장 큰 차이점은 줄기세포가 손상된 연골의 뿌리에서 시작해 표면으로 재생을 시작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생된 연골의 질이 정상에 가깝다. 실제 줄기세포 치료의 성과를 측정하는 조직학적 점수를 비롯해 세포의 정렬, 연골하골의 재형성, 골연골과의 유합 부분에서 필홀 방식이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

치료 부담도 크지 않다. 무릎 연골의 줄기세포 치료는 피부를 절개해 진행한다. 따라서 통증 및 절개부위 회복을 위한 치료 지연 문제가 있다. 반면 발목연골의 줄기세포 치료는 족부족관절 내시경을 통한 최소침습 수술로 시행하고 있다. 무릎과 달리 통증이 적고 회복기간이 짧으며 조기 재활 시작이 가능하다. 또한 수술 흉터에 대한 미용적 부담도 최소화된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발목연골손상의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손상된 연골의 경계 부위는 기계적 압력에 취약해 쉽게 부서지고 마모돼 결손 부위는 더 커지게 된다. 다른 부위와 달리 발은 2% 남짓한 작은 면적이지만 98% 신체 하중을 지탱해야 되므로 관절염 진행 속도가 더욱 빠르다. 그래서 다양한 관절염 중 발목관절염이 유독 30~40대 젊은층에 많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메마른 땅에 비를 내리기 위해 간절한 염원을 담아 신에게 기우제를 올렸다. 여러분의 발목이 100년을 넘겨 건강하길 간절히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