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도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는데 인공지능(AI)이라고 다를까요? 공교육만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네요.”

“코로나19 사태로도 신경 쓸 게 많은데 AI 교육은 뭔가요. 알파고가 선생님이 되는 건가요?”

“막연했던 AI 교육을 학교에서 해준다니 좋네요. 다만 우리의 관심사와 연결해주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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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과정에 AI 교육이 도입된다. 시범 단계에 머물러있는 AI 교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정규 교과목으로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방안이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초·중·고교 수업의 AI 교육 확대를 위해 우선 내년부터 관련 학습 자료를 개발하기로 했다. 유치원에서는 놀이를 통해 AI 교육을 실시하고, 초·중·고교에는 2025년부터 적용될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AI 교육을 정식 도입하고 이를 안착시킬 계획이다. 이 같은 AI 교육 도입 방안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코딩 교육 경험한 학부모들 “기대감 크지 않아”

학부모들은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때보다는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앞선 경험이 반영된 결과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학교 현장에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코딩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에 교육 현장이 들썩였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미비했기 때문이다. 2018년 중학교 1학년부터 의무화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5~6학년으로도 대상이 확대된 소프트웨어 교육은 코딩을 중심으로 실시됐다. 코딩을 가르쳐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고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겠다는 게 목표였다. 당시에는 ‘학교에서 생소한 코딩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학부모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컸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기대만큼의 심도 있는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깊이 있는 수업을 받도록 하기 위해 학부모들은 자녀 손을 잡고 학원이나 교습소로 향해야 했다. 교육 목적과 별개로 사교육이 팽창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광주에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박모씨는 “처음엔 크게 기대했지만, 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업만으로는 자녀의 코딩 실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며 “사교육을 받거나 부모가 따로 관리해주지 않는 한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구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AI 교육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한다”며 “AI 교육을 한다면 수업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학년별 심화 과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공교육만으로도 제대로 내용을 익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프라에 따른 교육 격차도 AI 교육 도입 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울에서 중 3 자녀를 키우는 김모씨는 “주변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상대적으로 시설이)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간 소프트웨어 교육 효과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지필 위주로 진행되는 일반교과 교육과 달리 AI 교육은 수업에 쓰이는 기기 등 교육과정 외적인 인프라가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시설 확충에도 신경 써달라는 게 김씨의 당부다.

AI 교육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구체적으로 2025년부터 적용될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 AI 교육을 도입하고 ▲프로그래밍 ▲AI 기초원리 ▲AI 활용 ▲AI 윤리 등을 담기로 한 상황. 하지만 아직은 어떻게 교과목이 편성될지 등 명확한 시행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AI 교육, 학생 다양한 역량 키우는 수단 돼야

교사들은 AI 교육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을 겪은 학교 현장을 정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온라인 수업 확대나 방역조치 등 계속해서 관련 이슈가 나오는 상황에서 밝힌 AI 교육 방안은 ‘선언적’ 정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전북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AI가 사회에 꼭 필요한 기술이 되는 시대로 나아가겠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현재 시점에 굳이 AI 교육 계획을 발표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학부모들의 바람과 달리 공교육만으로 AI를 충분히 익힐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수도권 A고교의 김모 교사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려면 정부가 제공하는 교육 외에 교사 스스로 개인적인 시간을 들여 공부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업무 과부하에 걸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효과적인 AI 교육을 위해 5년간 약 5000명의 현직 교원을 대상으로 ‘AI 융합교육 역량 강화’를 위한 재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교사는 “이 교육으로 전문성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 미지수일 뿐더러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반면 학생들은 새로운 분야를 배운다는 데 기대감이 크다. 경기 지역의 중 2 우모양은 “AI 과목이 도입되면 코딩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막연하게 어렵게 느꼈던 내용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노원구의 중 1 정모양 역시 “10대 관심사와 결합된 분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짜서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 교육이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말고 학생들의 다양한 역량을 기르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호 경인교대 컴퓨터교육과 교수(한국정보교육학회장)는 “AI 교육의 지향점을 제대로 잡는 게 중요하다”며 “단순히 AI ‘툴’을 사용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AI를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해결력, 의사소통과 협업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