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출산 연령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2세, 여자 30.4세다.
2008년 대비 각각 1.8세, 2.1세 증가했다. 평균 출산 연령은 32.8세로 2.0세 높아졌다. 문제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난임’ 부부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난임 진료 인원은 2009년 17만7000명에서 2017년 21만2000명으로 늘었다. 배우자가 있는 15~49세 여성 중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은 난임을 겪은 여성 비중은 12.1%에 달한다. 부부 10쌍 중 1쌍 이상이 난임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다.
임신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여성의 나이’와 ‘난임 기간’이다. 난임의 원인은 남녀 모두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원인과 상관없이 여성의 나이가 젊을수록, 난임을 겪은 기간이 짧을수록 임신 성공 확률은 높다.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초에 가장 높고 35세 이후 빠르게 감소한다. 40세 이후 자연임신 가능성은 5% 정도로 떨어진다.
◇임신확률 높이는 최첨단 시스템
일산차병원 난임센터는 국내 최초로 ‘피에조(Piezo) 시스템’을 도입했다. 미세수정방법으로 체외수정을 시도하는 난임 환자 중 수정이 잘되지 않거나, 난자가 약해 정자를 주입할 때 난자가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경우 전기자극으로 난자를 활성화하고 물리적 자극을 최소화해 수정을 돕는 시스템이다.
시험관아기 시술 시 배아 발달과정을 모니터로 관찰할 수 있는 최첨단 배양 시스템인 ‘타임랩스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시험관 시술을 할 때는 난자와 정자를 체외에서 수정해 배아를 만든다. 해당 배아는 배양 인큐베이터에 넣어 이식할 때까지 키운다. 이전에는 좋은 배아를 선별하기 위해 하루 한 번 이상(배아의 발달과정과 동일하게 지정된 시간) 배양기에서 배아를 꺼내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그 중 일부를 선별해 자궁 내 이식을 했다.
타임랩스 시스템은 실시간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내장된 특수 인큐베이터 시스템이다. 카메라가 배아를 관찰하므로, 하루 몇 차례씩 인큐베이터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과정에서 배아가 받을 유해한 외부 영향을 차단할 수 있다. 또 사람 눈으로 관찰이 불가능한 시간대까지 촬영하기 때문에 배아 발생 최적시기에 맞춰 발달한 배아를 선별할 수 있다. 임신율도 향상될 수 있다. 여기에 이중알림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인큐베이터 안의 온도와 공급되는 가스 변화를 곧바로 감지할 수 있어 더 안전하다.
착상 전 염색체 스크리닝(PGS) 검사를 통해서는 배아의 염색체 이상을 진단하고 정상배아만을 선별해 이식할 수 있다. 배아 염색체 이상 가능성은 부모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급격히 커진다. 배아 염색체에 이상이 있으면 임신 성공률이 감소하고 자연유산율은 증가한다. 이는 염색체에 있는 배아가 발생할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착상 전 염색체 스크리닝 검사를 받으면 착상률과 임신율을 높이고 유산율을 감소시킬 수 있다. 착상 전 유전진단(PGD)은 단일유전자 질환이 있거나 염색체의 수, 구조에 이상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난할기나 포배기 단계에서 할구 또는 세포를 떼 유전적 이상을 진단하고 문제가 없는 배아를 이식하는 방법이다.
◇다학제 진료로 안전한 임신을
분당차병원 난임센터가 2018년 내원한 여성 초진환자 3373명을 조사한 결과 17.8%(601명)가 기저질환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질환은 심장·대사질환(28.0%), 갑상선·내분비질환(27.2%), 부인과 질환(15.7%) 등이었다. 갑상선 내분비 질환이나 자궁 선근종은 난임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진료 시 난임 의료진이 동반해 진료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산차병원 난임센터는 산부인과를 비롯해 비뇨의학과, 내과, 부인암센터,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협업해 다학제 진료를 한다. 난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 치료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다. 한세열 일산차병원 난임센터장은 “난임 환자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고혈압, 당뇨, 갑상선 질환 등 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만성질환이 있는 난임 환자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효과적인 맞춤 치료법을 찾아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난임 부부 신체·경제적 부담 덜어줄 것
일산차병원은 가임력 보존에 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난소조직 동결 연구도 그 중 하나다. 기존 난자동결은 생리 2~3일째에 병원을 내원해 과배란 주사를 맞고 2주 후 성숙한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을 거쳤다. 문제는 암 병기가 높아 치료가 급선무인 경우나 사춘기 이전의 여성암 환자, 소아암 환자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난소조직 동결은 이런 환자들을 위한 방법이다. 난소조직 채취 후 퇴원까지 2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도 시도 가능하다. 난소종양 수술 또한 수술과 동시에 난소조직을 채취, 동결할 수 있다. 이렇게 동결된 난소에서 미성숙난자를 채취해 추가로 동결하면서 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 필요 시 동결조직을 융해해 이식하는 방법도 있는데, 성공률은 아직 20% 미만이다. 일산차병원 난임센터는 난자조직 동결을 활용해 임신성공률을 높이는 임상연구를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올해 개원 60주년을 맞이한 차병원은 1988년 세계 최초로 미성숙 난자를 활용한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 1998년에는 유리화 난자동결보존법을 개발해 난자 보관 시대를 열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시아 최초로 난자 내 정자 직접 주입법으로 출산에 성공하는 등 난임 생식의학 분야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일산차병원 난임센터 관계자는 “차병원의 60년 생식의학기술을 집결해 많은 난임 부부에게 새 생명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목표”라며 “난임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난임 시술 횟수를 줄여 신체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세열 난임센터장은 “일산차병원 난임센터에는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전문의와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연구원이 포진하고 있다”며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과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난임 치료의 세계적 메카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