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 찾아오면 응급실 의사들은 쉴 틈 없이 바빠진다. 평소 위(胃)가 약한 사람들이 과식이나 과음을 했다가 탈이 나 찾아오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위장 장애는 왜 일어나고,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불규칙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자극적인 음식 섭취와 과음을 피하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한다. 여기에 위에 좋은 식품을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인 10명 중 1명이 위장병 앓아
위는 입과 식도를 거쳐 내려오는 음식물을 소화하는 기관이다. 음식물을 잘게 분해하고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분을 소장(小腸) 등으로 내보낸다. ‘위 건강이 전신 건강의 시작점’이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 중에는 위장 문제로 외래 진료를 받는 환자가 특히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9 진료비심사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위염 및 십이지장염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인원은 527만명이었다.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1명꼴로 이 질환을 경험한 셈이다.
위장에 이상이 생기는 대표적인 원인은 불규칙한 생활습관이다. 바쁜 일상에 쫓겨 끼니를 거르거나 스트레스로 폭식하는 습관이 위장 건강을 해친다. 세 끼를 꼬박 챙겨 먹고, 식후에는 10분 이상 걷는 등 가볍게 운동하면 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맵고 짠 요리를 자주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도 위장 문제의 원인이다.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도 자주 먹지 않는 편이 좋다. 그 밖에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과음하는 음주 패턴, 담배를 피우는 습관 등이 위 건강을 서서히 갉아먹는다.
◇불편한 속 달래주는 양배추의 비타민U
생활습관 개선만큼 중요한 게 위장에 좋은 식품을 꾸준하게 챙겨 먹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이 많이 소비하는 채소 중에 위 건강에 도움되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양배추다.
양배추 속에는 소화성 궤양을 치유하는 물질인 ‘MMSC(메틸 메티오닌 설포늄 클로라이드)’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U’로 불리는 물질이다. 양배추 속 비타민U가 궤양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여러 실험으로도 밝혀졌다. 1940년대 후반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양배추가 궤양 발생을 억누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50년대 초반 스위스 학자들이 십이지장궤양 환자에게 신선한 양배추즙을 매일 마시도록 한 결과 십이지장궤양의 치료 기간이 많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1950년대 중반에는 미국 의사들이 양배추즙의 소화성 궤양 치료의 유효성분이 MMSC라는 것을 밝혀냈다. MMSC는 위 점막을 보호하거나 각종 자극으로 손상된 위벽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는데, 궤양 치료에 유효한 성분이라는 뜻에서 ‘Ulcer(궤양)’의 앞글자를 따 비타민U라고 이름 붙었다. 현재 양배추에서 추출된 MMSC는 위궤양 치료제 성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1997년 생명과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양배추 외에도 브로콜리·적채·배추·케일·무 등이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등 위 건강에 도움이 되는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위 건강 해치는 습관, 체크해 보세요!
□빨리 먹기
한국인은 뭐든 빨리한다. 음식도 대충 씹어 휙 삼키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씹히지 않은 음식을 소화하려면 위가 무리하게 되며, 이는 소화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식사 시간은 적어도 15~20분은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식사 중에 물 마시기
밥을 먹다가 물을 많이 마시면 음식을 소화하는 데 쓰이는 위산이 희석되므로 소화에 방해가 된다. 식사 직전이나 식사 중에는 물 섭취를 삼가는 대신, 공복에 틈틈이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자극적인 음식 먹기
짜고 매운 음식은 위에 자극을 준다. 한국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의 1일 권장량(2000mg)의 2배나 된다. 위 건강을 생각한다면 조금 싱겁게 먹는 게 낫다.
□과식·야식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음식량은 한정돼 있는데, 과식을 하면 위는 무리를 하게 된다. 특히 야식 후 바로 잠자리에 들면 위는 쉬지 못하고 밤새 일을 한다. 위액이 식도로 역류해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흡연·과음
담배를 피우면 연기 속 유해성분이 폐뿐 아니라 위로도 들어간다. 이 유해성분이 위 점막을 자극해 염증과 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알코올을 다량 섭취하면 위 점막에 자극을 줄 수 있으므로 조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