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1월 말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초겨울의 거리를 걷다 보니 문득 ‘도대체 언제 겨울이 왔는가’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저에게는 겨울이 생각보다 오래전에 시작됐습니다. 저는 28살에 대학을 졸업하면서 계약직 일을 했는데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금방 도중에 그만둬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좋아해 주시던 직원분들의 배려로 일용직이지만 틈틈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낙방했고, 사귀던 여자친구와도 헤어졌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저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겨울이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가슴속을 메웠습니다. 그래도 달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매서운 찬 바람에 얼지 않기 위해서는 달려야 했습니다. 일용직으로 젊음이 얼어가지 않으려면 달려야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날씨는 따뜻해졌습니다. 봄이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추웠습니다. 기업들은 채용을 동결시켰고 사람들도 코로나에 거리두기를 하며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면서, 취업 준비생으로 홀로 서버린 저는 춥다 느꼈습니다. 명절에는 그리운 부모님을 만나러 고향으로 내려갈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혼자만의 외로운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거리를 달렸습니다. 마음은 미래의 동료들이 있는 직장을 향해 달렸습니다.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이번 달에는 월세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다행히도 마음 따뜻한 집 주인을 만난 덕에 월세는 1만 원만 올리는 것으로 겨우 계약했습니다. 계약 기간이 다가오는 날에 달리기를 하다가 길가로 늘어선 아파트들 봤습니다. 고공행진을 한다는 집값 이야기를 듣다 보면 눈앞의 아파트는 어느새 더 높아져 보였습니다. 흙바닥에 선 저와 저 높은 아파트 발코니와의 거리는 더 벌어졌고 찬 공기가 그 사이를 흘렀습니다. 저는 젊은 날의 겨울이 참 야속하다 생각하며 계속 달렸습니다.
겨울이라도 희망은 있습니다. 지금은 내년 봄 신입사원을 위한 모집이 한창입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입사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달리면 봄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며 달리고 있습니다. 봄이 오길 기다리기보다 정확하게는, 봄을 찾아 달리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참 길고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느낍니다. 자영업, 기업, 학교 교육, 식당, 양로원. 모든 것이 얼어붙었습니다. 남자와 여자, 노인과 젊은이, 정규직과 일용직. 우리 모두의 마음과 몸이 거리두기를 하며 차가운 공기가 우리 사이를 메웠습니다.
이제는 달려야 합니다. 얼어붙지 않기 위해 달려야 합니다. 우리 마음과 몸의 차갑게 벌어진 공간을 좁히기 위해 달려야 합니다. 딱딱하고 차가운 겨울이 아닌 자유롭게 일하고 자유롭게 만나는 따뜻한 봄을 찾아서 달려야 합니다.
여러분, 우리 함께 봄을 찾아 달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