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걷기대회> 참가번호 9469 유혜선 님

나는 젊은 30대 초반 유방암 환자이다.

코로나가 일상을 뒤흔들기도 전, 2019년 암이라는 질병으로 내 일상은 위협받았다. 오랜 기간의 투병으로 평범한 삶은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직장을 왔다 갔다 하는 대신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게 되었다.

주위를 돌아보니 다들 바쁘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고 결혼, 육아를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와 반대로 나는 경력 단절이 되었고 사회생활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고 도태되고 실패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그렇게 힘든 시간들은 지나갔고 치료는 완료되어 이제는 일상으로 일반인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는 줄 알았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암은 슬그머니 나에게 다시 찾아왔다. 전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불행은 혼자 찾아오지 않는지 아빠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 있었다. 건강검진에서 폐에 결절이 보여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를 모르는 연이은 시련에 우리 가족은 때로는 좌절하기도 원망하기도 하지만 다시 마음을 굳게 잡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고 생활 습관을 바꿔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했다.

이렇게 두 번의 암의 공격으로 건강을 잃게 되고 아버지의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게 되니 앞으로 있을 일들이 두려웠고 어떻게 역경들을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 와중에 조선일보에서 하는 걷기대회를 접하게 되었고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걷기 대회를 신청하여 참여하였다.

걷는 것은 이전에도 그리고 대회 이후에도 나에게 많은 변화와 도움을 주었다. 신체적일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말이다. 걷기는 지금의 현실을 도피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헤쳐 나가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문제들을 바라보고 해결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나는 이전에는 정말 부정적이고 매사에 불만과 불평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갖지 못한 것에 미련을 가지고 끊임없이 나 자신을 괴롭혔다.

그런데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고 소중하고 고마운 것이라는 걸 오히려 역설적으로 이런 어려움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것을 잃어버리고서야 깨닫게 되고 후회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현재를 감사히 누리고 오늘을 기쁘게 살아가고 현재 나에게 주어진 사람들을 사랑하기에도 짧은 날이라는 것을 조금이라도 배우고 실천을 해보려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걸을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내가 살아가는 동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기 위해 매일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