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걷기대회> 참가번호 10294 미야모토 마사에 제공

나는 재일교포로 한국인과 결혼하여 한국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며 생활하는 한국 생활 14년 차 두 아이의 엄마다.

서울 회기역 근처에 살며 학원이 있는 강남으로 출퇴근한다. 출근은 서둘러 하지만 퇴근 후는 여유가 있는 편이다. 특히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이 많이 줄어 더욱 그렇다. 나는 시간이 나면 항상 걷기를 즐긴다. 학원이 있는 강남역에서 회기동까지 중랑천을 걸어 귀가하기도 한다. 중간에 광장시장을 들러 장을 보기도 하고 백화점을 들리면 족히 15~20km의 거리가 된다. 휴일에는 서울 시내를 목적 없이 걷기도 한다.

내가 중랑천을 걷는 시간은 명상의 시간이며 자연과 대화의 시간이다. 강남역을 출발하여 걷는 대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소음이 있지만 이는 내가 사는 한적한 회기동과 다른 모습이라 분주하고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배경음악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시끄러운 자동차의 소음은 한남대교를 지나 한강으로 내려서면 조용해진다. 전혀 소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로에서의 굉음에 비하면 적막하기까지 하다. 그러면 나의 명상의 시간이 시작된다.

수선화, 보라색 히안셔스, 튤립, 개나리, 벚꽃 등 계절별로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다. 그래서 중랑천은 내가 일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이타마현 카라사와천(唐澤川)을 떠올리게 한다. 어렸을 때 동생이랑 강에서 붕어와 가재를 잡거나 논에서 우렁이를 잡곤했다. 미꾸라지는 미끈거려서 잡을 수 없었던 일, 겨울에는 얼음이 언 연못에 들어갔다가 빠졌던 일들이 떠오른다. 단풍과 추억에 젖어 걷다 보면 수업 시간에 실없는 농담으로 마음을 상하게 했던 중년 수강생의 짓궂음도 그냥 피식 웃어넘기게 된다. 맑은 시냇물에서 먹이를 찾는 철새를 지켜보노라면 코로나로 걱정되는 일본에 계신 부모 형제들에 대한 시름도 어느 정도 가시게 된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면 느끼지 못하는 상념들이지만 걷다 보면 이런 명상들로 하루의 피로를 치유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나가서 걷는지 모른다.

중랑천을 지나 한 길로 올라서는 계단은 명상과 현실의 경계선이다. 계단을 오르면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간다. 곧 수험생이 되는 아들의 저녁 메뉴를 고민하며 동네 시장에 들른다. 양손에 반찬거리를 들고 집에 도착할 때면 등에 땀이 보송보송 스며나온다.

항상 실없는 농담으로 말을 거는 동네 세탁소의 주인 아저씨가 오늘도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마사에상(樣) 오늘도 걸어왔나 보네”

“네”

항상 짓궂은 말장난으로 길에서 맞닥뜨리기가 꺼려지던 그이지만 오늘은 왠지 그의 목소리도 반갑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