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S9+으로 찍은 일산 호수공원. <동행 걷기대회> 참가번호 8261 황승환 님 제공.

유난히 무덥던 올여름의 어느 날, 불현듯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어이없이 찾아온 불행을 마주하고 우리 가족은 참 많이도 울었던 것 같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 퇴근시간에 맞춰 현관에 앉아있는 반려견의 뒷모습,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 사업장에 나가 뒷정리를 해야 했던 시간들, 복잡한 서류들, 알지 못했던 사정들...

이 모든 걸 알아가고 겪어가며 부질없는 원망, 죄송함, 감사함 등 어지러운 감정들이 따가운 여름의 태양과 범벅돼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성숙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불안과 슬픔에 잠겨 아이처럼 허우적댔습니다.

휘청거리던 제게 절친한 친구와 어머니께선 호수공원에서의 러닝과 산책을 권했습니다. 찾아보니 걷기 운동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일산 호수공원은 넓은 호수와 예쁜 꽃들, 걷기 좋은 다양한 산책길과 자전거길, 그리고 울창한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기로 유명한 공간입니다. 이곳에서의 걷기와 달리기로 무너졌던 일상을 일으켜 보기로 다짐했습니다.

평일 저녁,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한밤중 러닝은 마음을 후련히 해줬습니다. 힘없이 휘청이던 다리근육은 앞을 향해 달리며 단단해졌습니다. 거친 숨소리와 두근대는 심장소리는 생기를 되찾아주었습니다.

주말 아침, 호수에 반짝이는 윤슬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어머니와 커피를 마시고 함께 길을 걸으며 마음을 정돈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위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슬슬 산책이 귀찮아질 무렵, 조선일보 동행 걷기대회를 계기로 어머니와 함께 걷는 시간을 다시 내었습니다. 동네 산책만으로 상품권을 탈 수 있단 말에 주말 아침에 늦장 부리시던 어머니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시네요. 아마 동행 걷기대회를 계기로 올겨울도 어머니와의 동행 산책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이 길을 걷는다는 의미의 “동행”.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인생길 한 명의 동행자를 잃은 우리 가족에겐 서로의 존재가 더욱 커진 요즘입니다. 곁에 있는 가족들이 있었기에 불안과 슬픔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삶의 길에서 더한 진창길이나 험한 길을 마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든든한 동행자가 있음에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 가족의 앞으로의 걸음은 서로에 대한 응원으로 빛날테니까요.

뜨겁던 여름이 지나 청명한 가을, 무덥던 초록의 공원은 이제 알록달록한 색들로 계절을 알립니다. 오늘도 커다란 호수는 고요히 반짝이며 저를 반기는 듯합니다. 동행하신 어머니도 살며시 미소를 지으시네요. 산책하는 콧속엔 시원한 바람이 드나듭니다. 먼저 앞지른 앞발이 씩씩하게 나아갑니다. 지면을 내디딘 뒷발은 힘차게 다음 걸음을 준비합니다.

다시 앞으로, 한 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