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同行)’의 사전 뜻은 ‘같이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동행 걷기 대회 이름을 따라 나는 나와 걷기 대회를 함께한 나의 동행자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었다.
다른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유독 오래가는 인간관계를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결혼하고 자식을 키우며 지켜온 노부부의 사랑을 아름답다 하고, 오랜 시간 함께 한 연인과 헤어지는 것을 나무란다. 반대로 사회에 나와서 알게 된 관계나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는 얕은 관계로 정의해버리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러한 사람이었다. 특히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욱이 마음과 시간을 내줄 사람이 줄어들었고 찾기 어려웠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열정 있게 다녔던 회사 진급에 실패하고 진지하게 만나왔던 연인과의 관계도 끝났다. 혼자 살고 있던 나는 도저히 그 고통과 마주할 수 없었고 새롭게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이직과 이사였다. 운 좋게 이직에 성공하고 어느 곳으로 갈까 하다가 지금의 ‘은평구’에 찾아왔다.
그렇게 연고지도 없는 곳에 이사 와 탐색하던 중 소위 말하는 뒷산이 북한산인데 한 번은 올라가 봐야 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했다. 혼자는 무서웠다. 그러다가 우연히 동네 운동 소모임에 가입하게 되었고 첫 걷기 모임에 나갔다. 그리고 거기서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만났다. 불광천을 따라 걸으며 맛집이나 운동 같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 사람이 내게 얼마나 큰 사람이 될지. 그 이후에 몇 번을 모임에서 만나고, 자연스럽게 둘만의 약속이 생기고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누가 보면 연애 이야기인줄 알겠지만 두 여자의 순수한 우정 이야기다. 서울에 있는 산이란 산은 그녀와 함께 했고 결국엔 그 높다는 한라산도 함께 올랐다. 10km 마라톤도 함께 뛰고 이번 동행 걷기 대회도 함께했다. 이것이 불과 2021년 3월부터 현재 11월까지 쌓아온 우정이다.
내 이름이야 원래 흔한 이름이라 그녀와 이름이 같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 친구와 똑같다는 게 특별하게 느껴진다. 요즘엔 코로나로 인해 출입 명부 작성을 하게 되면 가게 직원들이 꼭 한마디씩 ‘이름이 같네요? 무슨 사이에요?’라고 묻는다. 이전부터 알던 주위 친구들도 신기하게 생각한다. 이름만 똑같고 나이도 직업도 다른데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친해졌냐고. 나도 신기하다.
가벼운 걷기가 뜀박질이 되었고 높은 목표를 향해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봐주고 받아주는 사람이 함께였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 인생 속으로 들어왔다가 또 나간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력이라고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아끼고 좋아하는 것이다. 그 관계가 깨어지면 상처받겠지만 내게는 또 다른 동행이 생기고 그 안에서 나는 다시 또 일어나 단단해지고 성장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받을 생각보다는 함께 더 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현아 너도 그렇니?
송지현 (3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