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1979년 11월 1093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제목은 “Mandate for Leadership : Policy Management in a Conservative Administration, 리더십에 대한 사명 : 보수 정부의 정책 제안서)”.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 닉슨이 탄핵 직전 사임한 후, 미국 보수는 어둠의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헤리티지재단 에드윈 퓰너 회장은 한숨만 쉬지 않았다. 1978년부터 다음 해 대선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 대비해 보수 정부의 ‘집권 플랜’을 준비했다. 헤리티지는 대부분의 싱크탱크가 거대 담론을 논의하고 대학 논문 수준의 간행물을 발표하던 관행에서 탈피, 각 부처 장관들과 공공기관장들이 보수 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1980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과 측근 참모들은 당시 설립된 지 6년에 불과한 헤리티지재단의 정책 제안서를 전폭 수용했다. 레이건 행정부의 실질적 2인자 에드윈 미스 보좌관은 선거 캠프 관계자들에게 헤리티지의 정책 보고서를 돌려 읽으라 할 정도였다.

이 정책 보고서는 당시 지리멸렬한 공화당에 정신적 지침서 역할을 했다. ‘보수’의 의미를 명확하게 재정립했다. 개인의 자유, 시장경제체제, 작은 정부, 강력한 국방 등을 보수 이념의 기본 축으로 삼았다.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자유가 있어야 경쟁이 있고, 경쟁이 있어야 발전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기업 활동 보장도 명시했다. 기업이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논리다. 이게 국가 번영의 핵심이라고 여겼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후 보수를 자처하는 모든 미국 정치인들에게는 이 제안서가 필독서가 됐다. 헤리티지재단은 이후 10번에 걸쳐 개정판을 발간해왔다. 지난해에는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에 맞춰 “Mandate for Leadership 2025”를 발간했다. 1980년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기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조선멤버십 회원 전용 콘텐츠 ’헤리티지 보고서 연구’에서는 1980년 보고서에 등장하는 국방부·국무부·재무부·복지부 등 미국의 각 부처에 대한 대원칙과 집행 및 실행 과정을 상세히 소개해 드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