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중국 베이징 천안문 성루는 과거 황제가 백성을 내려다보던 권력의 상징이자 오늘날 공산당 지도부가 국경절 열병식을 관람하는 정치 무대입니다. 전통적으로 이 자리는 유교 경전을 공부한 선비, 즉 사농공상 질서의 최상층인 ‘사(士)’가 차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 중국 권력 구조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등 최근 지도자 상당수가 공학 계열 출신입니다. 이는 단순한 세대 교체가 아니라 2000년간 이어진 유교 관료 체제가 기술 관료 중심 체제로 전환된 문명사적 변화로 평가됩니다.

이러한 변화 배경에는 역사적 경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840년 아편전쟁에서 청나라는 인구나 자원이 아니라 기술 격차 때문에 서구 열강에 패배했습니다. 이 사건은 “기술에서 뒤지면 국가도 멸망한다”는 인식을 중국 지도부에 깊이 각인시켰습니다. 이후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은 과학적 생산 원리를 무시한 이념 중심 정책이 대기근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면서 또 하나의 교훈을 남겼습니다.

이 실패 이후 등장한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을 통해 이념보다 실용과 성과를 중시하는 노선을 제시했습니다. 개혁개방 정책과 함께 기술과 경제 발전을 국가 전략의 핵심에 두었습니다. 문화대혁명 시기 인문 지식인들이 심각한 탄압을 받은 반면, 공학 분야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영역으로 남았습니다. 그 결과 기술 엘리트들이 행정과 정책 영역으로 진입하게 됐습니다. 공대 출신 지도자들은 이념 색채가 약하고 실무형 관리자로 보이는 특성 덕분에 권력 경쟁 속에서도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 중심에는 칭화대가 있습니다. 가오카오(高考)라는 전국 단위 시험을 통해 선발된 최상위 학생들이 칭화대에 진학하고, 이후 공산당 관료 조직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재생산 체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오늘날 중국은 반도체, 인공지능, 5G 통신, 우주 개발, 양자 기술 등 분야에서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며 기술 자립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술 관료 중심 체제에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공학적 사고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에는 강하지만 ‘왜 필요한가’라는 가치 질문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술이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사회의 다양성이 억압될 경우 효율 중심 체제가 디스토피아로 변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결국 중국의 미래는 기술력뿐 아니라 가치와 인간에 대한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기술 관료 체제는 30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조선멤버십 가입하고 ‘전병서의 차이나퍼즐’ 본편을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