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글로벌 마켓이란 없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첨단 기술 시장을 양분했습니다. 이들이 충돌하면 관세·수출·보조금의 ‘룰’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한국 기업의 생산·수출·투자 계획은 즉각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줄곧 ‘미·중 사이’란 공간에 갇혀있던 한국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다른 쪽의 비용을 떠안는 ‘이중 구속’ 속에 숨 쉬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반도체는 틀에 갇힌 한국 처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접근을 사실상 전면 차단했지만, 한국 메모리 반도체 최대 시장은 여전히 중국입니다. 메모리 수출 물량의 40%가 중국과 홍콩으로 향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낸드플래시와 D램 생산의 40%를 중국 공장에서 만듭니다. 그런데 이 공장은 미국 승인 없이는 신규 장비 반입이나 공정 업그레이드가 불가합니다. 사실상 중국 현지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게 추월당할 위험을 안고 있는 중입니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AI산업에서도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액션 플랜’을 내놓으며 반도체와 서버 등 AI 하드웨어에서 AI 모델 같은 소프트웨어까지 미국의 AI 기술을 동맹국에 적극 수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맞서 중국은 AI 소스 코드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전략인 ‘글로벌 AI 협력 기구’ 구상으로 생태계를 빠르게 확장할 계획입니다. 한국은 미국식 폐쇄형과 중국식 오픈소스형 두 체제에 모두 대응해야 하는 구조적 부담을 지게 됐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미국이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라는 글로벌 표준을 쥐고 있고, 중국은 화웨이의 ‘훙멍(HarmonyOS)’을 앞세워 자국 중심 생태계를 고착시키고 있습니다. 앱스토어와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됩니다.
이러한 국면이 펼쳐진 배경에는 ‘디커플링’을 역으로 활용한 중국의 전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봉쇄는 중국 지도부가 국산화·자립화를 가속하는 정치적 명분이 됐습니다. 미국의 압력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 AI 플러스 프로젝트, 전기차 보조금 등 대규모 재정 지원과 산업 정책을 더 공격적으로 투입할 동력을 얻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조선멤버십에 가입하고 본편에서 확인하세요. ‘이벌찬의 불편한 중국’ 시리즈는 과로를 장려하는 기업, 천재 육성 시스템, 인권에 둔감한 사회, 비상장 전략, 국가 주도 장기 계획 등 오래 외면했던 중국을 맨눈으로 바라보고 대응 전략을 고민합니다. 조선멤버십 회원의 문의와 조언은 특파원이 꼭 답변드리고 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