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일 제11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날로 격화하는 미·중 갈등 상황과 관련, “워싱턴 정가에선 한국의 양자택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부상할 기술·지식재산권 문제에 한국이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ALC 참석을 위해 방한한 윤 전 대표는 ‘아시아에서의 미·중 경쟁’ 세션에서 “5G 등 기술 부문에서 트럼프 행정부 수준의 마찰이 예상된다. 한국은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화웨이 배제’로 상징되는 미국의 ‘첨단기술 분야 반중(反中) 캠페인’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진다는 얘기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윤 전 대표는 현재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 또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유력 거론되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바이든 진영의 참모들과 두루 가깝다. 그는 12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 간 통화을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금 같이 어려운 얘기 말고 양국 모두 합의할 수 있을 만한 얘기를 하라”고 조언했다.
윤 전 대표는 바이든 행정부 대중 정책의 키워드로 ‘다자주의’를 꼽으며 동맹 네트워크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한·일 관계 복원을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제가 목도한 그 어떤 시대보다 엄청나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트럼프가 이 문제에서 손을 뗀 것은 실수”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은 한·미·일 삼각관계 개선을 위한 기회를 찾으려 할 것”이라며 미국의 물밑 조율 가능성을 예상했다.
외교가에선 최근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 등 반중 캠페인에 대한 참여를 압박하는 미국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선택의 순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무부의 한반도 정책 실무 총책인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윤 전 대표와의 대담에서 “집회·언론·종교의 자유 같은 보편적 가치를 믿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미 양국은 책임이 있다”며 “중국과 같은 국가들이 이런 가치를 위협하고 있는데 동맹 관계를 기반으로 대응해 나가자”고 말했다. 그는 “양국이 인프라, 법 집행, 사이버 안보 등 여러 분야에서 많은 협업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전략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新)남방 정책이 공통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excellent opportunity)가 있다”고 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정치와 경제 등 전 분야에서 미·중 경쟁의 심화를 예상하며 “바이든 당선인이 정치 체제와 가치의 차이를 계속 거론하며 비슷한 마음을 가진 동맹국을 끌어들이려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사회로 진행된 ‘기로에 선 한미관계’ 세션에서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외교부 차관)는 “바이든이 중국에 더 세련된 접근을 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 까다로운 요구를 내세울 것”이라며 “한국이 확실하게 태도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수미 테리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한국이 좋은 동맹이라 생각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 부상을 억제하는 데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