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법무부는 한동훈 검사장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정진웅 부장검사를 광주지검 차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우수 형사부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정 부장이 우수 형사부장에 뽑힌 것은 2017년 일이다. 앞선 두 차례 인사에서 정 부장은 그 혜택을 봤다. 정작 그가 최근 채널A 사건 수사에서 보여준 행태는 도저히 검사라고 보기 힘든 것들이었다. "한 검사장과 기자가 공모한 증거가 많다"고 큰소리쳤지만 공모가 아니라는 증거만 나왔다. 한 검사장이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기자 공소장에 적었다. 수사가 아니라 조작이었다. 그는 이 일로 감찰은 물론 수사까지 받는다. 그런데 법무부는 '우수 검사'라고 했다.

정 부장을 수사·감찰하던 서울고검 감찰부 검사들은 6명 가운데 5명이 좌천 인사를 당했다.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수사권을 박탈한 것이다. 부실이나 은폐 수사라면 몰라도 정권 뜻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수사팀을 통째로 날리는 것은 독재 정권 때도 없던 일이다. 이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이 정권의 진짜 속내를 보여준다. '우리 정권 비리도 똑같이 수사하라'는 대통령 말의 실제 뜻은 '검사 계속하려면 눈치껏 덮으라'는 것이다. 이제 공수처마저 생기게 되면 정권 비리 사건은 아예 검찰에서 빼앗아 뭉개버리는 일이 속출할 것이다.

이번 인사로 검찰이 수사하던 현 정권 관련 비리 사건들은 모두 추미애 법무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라인이 지휘하게 됐다.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 담당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이 지검장 측근이고 중앙지검 3차장은 추 장관을 보좌해 온 법무부 대변인 출신이다. 추 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사건을 지휘하는 동부지검장은 채널A 사건에서 이 지검장 편을 들었던 인물이고, 부장검사는 이 지검장 고교 후배라고 한다. 민주당 의원이 연루된 라임펀드 비리, 이 지검장이 고발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 사실 유출, 어용 방송과 친정부 검사들의 채널A 사건 조작 의혹, 윤미향·정의연 기부금 유용 사건 담당 간부도 모두 '추미애·이성윤 사단' 검사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정권 비리를 덮고 진상 규명을 방해하라고 일부러 그 자리에 심은 것이다. 이들은 검사가 아니라 정권 애완견일 뿐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거의 예외 없이 임기 중 불거진 가족과 측근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겪었다. 대통령의 아들들과 친형을 비롯해 숱한 정권 실세들이 구속되고 실형 선고를 받았다. 현직 대통령 본인이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 인사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하지만 어떤 대통령도 자신의 가족과 측근을 수사하는 검찰 수사팀을 통째로 날리거나 인사 학살한 적은 없다. 그럴 권한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해서는 안 될 짓이라고 보고 권한 행사를 자제한 것이다. 그런데 이 정권과 대통령은 완전히 안면을 몰수했다. 목적은 '문재인 정권의 안전' 단 하나뿐이다. 법조계에선 "나라가 니(네) 거냐"는 말에 빗대 "검찰이 니 거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경고한 것처럼 '민주주의 허울을 쓴 독재 전체주의'와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