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동거남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허위 글을 올린 20대 여성이 2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항소 8-1부(김예영 이원신 김우정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 항소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1심보다 벌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A씨는 지난해 5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강간과 아동학대를 일삼은 대학생의 퇴학과 처벌을 부탁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이 글에서 동거남 B씨의 이름과 대학 등 신상정보를 적시하며 “B씨로부터 강간과 유사강간을 당했고, B씨가 8살이 된 제 아이까지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B씨가 내게 강제적으로 과도한 성관계를 요구했고, 아이가 소심하며 한글을 모른다는 등 여러 이유로 아이를 때렸다”며 B씨를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글에 4000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A씨는 같은 내용의 글을 여러 커뮤니티에 올렸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이 글의 내용은 가짜로 드러났다. B씨가 강간이나 아동학대를 저지른 적이 없었다. 경찰은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입건했고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허위사실을 올려 자신의 사적 원한을 해소하려 한 범행 수법이나 파급력, 그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 A씨측은 “게시글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공황장애가 있는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했다.

2심은 “피고인 역시 전 남편으로부터 가정폭력 피해자로서 정신질환으로 치료받고 있으며, 기초생활 수급자로서 8세 아이를 혼자 키우는 점을 감안했다”며 벌금을 깎아 줬다.

이번 사건에 대해 죄질에 비해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에 대해 엄벌을 호소하고 실제 경찰 수사도 받았기 때문에 명예훼손 외에 사실상 무고죄의 성격도 있는 사건”이라며 “청와대 국민청원이 갖는 파급력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200만원에 불과한 벌금을 절반으로 깎은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