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5000만 년 전 남극에서 동물이 일종의 동면(冬眠) 상태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화석이 나왔다. 동면을 한 동물로는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오늘날 고위도 지역에 사는 포유동물에서 주로 발견되는 동면 현상이 공룡이 나타나기도 전에 이미 출현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대의 크리스천 시도르 교수 연구진은 27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에 “2억5000만년 남극에 살았던 척추동물인 리스트로사우루스의 화석에서 환경이 열악한 시기에 일종의 동면 상태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흔적을 찾았다”고 밝혔다.

리스트로사우루스는 포유류의 먼 친척인 척추동물로, 거북과 같은 부리에 코끼리처럼 두 개의 어금니가 위턱에 있다. 다른 이빨은 없다. 오늘날 돼지만 한 크기의 땅딸막한 이 동물은 어금니로 땅을 파서 식물의 뿌리를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빨에 남은 동면의 흔적

연구진은 이 어금니에서 리스트로사우루스가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주는 증거를 찾았다. 코끼리 상아처럼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어금니도 해마다 일정하게 자라 식물의 나이테와 비슷한 동심원을 보인다.

2억5000만년 전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어금니 단면도. 나이테가 두텁고 간격이 좁은 형태(네모 안)를 보여 동면 상태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연구진은 남극 일대에서 발굴한 리스트로사우루스 화석 6점과 남아프리카에서 나온 화석 4점을 비교했다. 두 지역의 화석 모두 어금니에서 동심원 형태의 성장 형태를 보였다. 하지만 남극 화석은 동심원이 두텁고 간격이 좁았다. 이는 스트레스가 지속했을 때 나타나는 형태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인 메건 휘트니 박사는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어금니에 나타난 스트레스 흔적은 오늘날 동면을 하는 동물의 이빨에서 나타나는 형태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동면을 하면 대사활동과 체온이 줄면서 이빨의 성장도 중단된다.

리스트로사우루스가 살았던 시기에 남극은 지금보다 더 따뜻해 숲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도 남극은 위도상 햇빛이 없는 기간이 있어 동물이 살기 어려울 수 있다. 연구진은 이때 리스트로사우루스가 동면 상태에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