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KT전에서 심우준과 황재균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정우영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LG 트윈스가 27일 KT 위즈를 2대0으로 꺾었다. 스무살의 루키 김윤식이 선발로 나와 6이닝을 책임졌고, 정우영과 고우석이 이어던지며 KT의 강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스코어로 보면 깔끔한 승리였다.

하지만 많은 LG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LG 불펜의 핵심 정우영은 3연투를 했다. 25일 삼성전에 나와 0.1이닝 동안 공 5개, 26일 삼성전에선 1이닝 동안 공 16개를 던진 정우영은 27일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올 시즌 처음으로 3일 연속 등판한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최일언 코치는 3연투를 거의 안 시키는 편이다. 3연투가 맞는지는 여전히 숙제이지만, 최 코치는 2연투 후 휴식을 잘 지키는 코치”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1승이 절실하기에 이날 LG는 정우영의 3연투를 감행했다. 7회 무사에 등판한 정우영은 세 타자를 연속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그는 8회에도 올라왔다.

정우영은 8회엔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이었다. 공이 아래로 깔리지 못하고 계속 날렸다. 심우준에게 몸에 맞는 공, 조용호에게 볼넷, 그리고 황재균에게 또 몸에 맞는 공을 내줬다. 이날 정우영은 31개의 공을 던졌다.

결국 마무리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도 최근 ‘멀티 이닝’을 소화하는 경우가 잦다. 8월 들어 세 차례 1.1이닝 이상을 던졌다. 고우석은 로하스를 삼진, 강백호를 플라이 아웃으로 잡고 불을 껐다. 고우석은 9회에도 점수를 내주지 않고 시즌 8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혼자서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졌다.

LG 팬들은 정우영을 걱정한다. 정우영은 올 시즌 KBO리그 구원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51.1이닝)을 던졌다. 투구 수는 742개로 두산 박치국(82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상대한 타자(207명)도 박치국(212명) 다음이다.

지난 시즌 신인왕인 정우영은 어깨 통증으로 한 달 이상 전력에서 이탈한 적이 있다. 고졸 루키로 첫 해 65.1이닝을 던진 그는 올해 벌써 51.1이닝을 소화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75~80이닝을 던지게 된다. 작년 구원 투수 최다이닝 기록은 주권의 75.1이닝이었다.

특히 고졸 신인들은 고교 때의 누적 혹사가 겹쳐 프로 입단 첫 해에 탈이 나는 경우가 많은데 정우영은 첫 해에 이어 2년차인 올해까지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LG 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LG 좌완 진해수는 등판 횟수에서 47회로 KT 주권과 함께 공동 1위다. 아무래도 LG가 올 시즌 상위권 싸움을 하면서 접전을 많이 펼친터라 불펜의 소모가 심한 상황이다.

정우영이 27일 KT전에서 8회 고전하는 모습을 지켜 본 LG 팬들은 2대0 승리에도 마냥 기뻐하지 못했다.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에서 류중일 감독이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나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