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에서 간신히 탈출하는 듯 보였던 미국 프로스포츠가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 5월 미 미네소타주(州)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데 이어, 최근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이 세 아이 앞에서 경찰 총에 맞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각 종목 팀들이 경기를 거부하고 나섰다.

사건 발생 지역인 위스콘신주의 밀워키 연고지 구단 선수들이 먼저 움직였다. 미국 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 선수들은 27일 예정된 올랜도 매직과의 플레이오프 경기장에 나타나지 않으며 출전을 거부했다. 벅스 선수단은 "우린 위스콘신과 밀워키를 대표해서 코트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치고자 최선을 다한다"며 "이번 사건의 정의를 위해 관계 당국들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NBA 사무국은 이날 예정된 3경기 모두 취소했다.

27일 텅 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러클 파크 전광판에 'BLACK LIVES MATTER' 메시지가 적힌 모습. 이날 이곳에선 미국프로야구(MLB) LA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맞대결이 벌어질 예정이었으나 선수들이 지난 24일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이 경찰 총에 맞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보이콧을 선언해 경기가 연기됐다. 같은 날 미국프로농구(NBA) 밀워키 벅스 선수들도 'BLACK LIVES MATTER'가 적힌 셔츠를 입고 경기 출전 거부와 함께 항의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프로축구(MLS) 로스앤젤레스 FC 선수들 역시 유니폼 대신 똑같은 문구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필드에 나서며 보이콧을 선언했다(왼쪽부터 시계 방향).

NBA 시즌 전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 팀 선수들이 모두 모여 진행된 회의에서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와 카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 등 간판선수들이 "변화를 원한다. 남은 경기에 뛰지 말자"며 강경 입장을 보였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NBA의 보이콧 바람은 메이저리그에도 번졌다. 이날 신시내티 레즈와 경기가 예정돼 있던 밀워키 브루어스가 연고지 NBA 팀인 벅스와 보조를 맞췄다. 시애틀 매리너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다저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도 경기를 전격 취소했다. 뉴욕타임스는 "MLB에서 흑인 선수가 가장 많은 시애틀 매리너스 선수들은 만장일치로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저스에선 올해 12년 3억6500만달러(약 4300억원) 연장 계약에 사인한 무키 베츠가 나서 팀 동료와 자이언츠 선수들의 결장을 이끌어 냈다.

김광현이 뛰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경기 보이콧을 논의했으나 덱스터 파울러 등 스스로 불참을 결정한 일부 선수를 빼곤 경기를 강행했다. 27일 경기 취소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구단도 28일 취소 여부를 논의 중인데, 여기엔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포함돼 있어 28일 예정된 류현진 등판이 미뤄질 수 있다.

미국 여자 프로농구(WNBA) 3경기와 미국 프로 축구 MLS(메이저리그 사커) 5경기도 열리지 않았다. 흑인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 프로 테니스(WTA) 세계 랭킹 10위 오사카 나오미(23·일본)는 WTA 웨스턴&서던 오픈 준준결승에서 승리한 직후 4강 기권 선언을 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난 운동선수이기 전에 흑인 여성"이라며 "사람들이 내 테니스 경기를 지켜보는 것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