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에 '多(다)치킨자 규제론'과 '시무 7조' 등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풍자 상소문을 올려 화제를 모은 '진인(塵人) 조은산' 이란 필명의 네티즌은 인천에서 어린 두 자녀를 키우는 평범한 30대 후반의 가장이라고 한국일보가 27일 보도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조은산은 실제 이름이 아니고 필명이라고 한다. 조씨는 "큰 업적을 이룬 사람도, 많이 배운 사람도 아니며 그저 세상 밑바닥에서 밥벌이에 몰두하는 애 아빠일 뿐"이라며 "실제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치킨'에 비유한 '치킨계의 다주택자 호식이 두마리 치킨을 규제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튿날 이 청원이 비공개처리되자 하루 만에 '다(多)치킨자 규제론을 펼친 청원인이 삼가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또다시 등장했다.

'진인(塵人) 조은산'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이 청원은 "폐하, 소인은"이라고 글을 시작하며,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문 형식을 빌어 재차 부동산 정책의 기조 변화를 촉구했다. 이 청원은 조선시대 선비를 연상시키는 뛰어난 필력과 날카로운 풍자로 화제를 모았다.



이어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또다시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이 역시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보낸 것이었다. 이 청원은 당초 비공개 처리됐다가 27일 오후 공개로 전환됐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13만 명이 넘는 네티즌의 동의를 받았다.

이처럼 '시무 7조' 상소문이 날카로운 풍자로 다시 한번 화제에 오르자 네티즌 사이에선 '진인 조은산'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 '먼지같은 사람' 진인은 공사판 전전했던 과거"

한국일보에 따르면 조씨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글과 관련된 일은 하지 않는 박봉의 월급쟁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를 진인, 즉 먼지같은 사람이라고 한 이유에 대해 "일용직 공사장을 전전했던 총각 시절, 현장에 가득한 먼지와 매연이 제 처지와 닮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쓰고 있는 조씨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응원했고, 그 이후로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했다고 한국일보는 전했다.

◇"내가 지지하는 정권에 쓴소리해 잘 되길 바란다"

조씨는 현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이유에 대해 "제가 가진 얕은 지식으로 현 시대를 보고 문제점을 느꼈고 그 부분을 얘기했을 뿐"이라며 "제가 지지하지 않는 정권을 향한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제가 지지하는 정권의 옳고 그름을 따지며 쓴소리를 퍼부어 잘되길 바라는 것이 제 꿈"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드러내놓고 정부 비판을 이어나갈 생각은 없다고 한다.

그는 "묻힌 (청와대) 청원이 온전히 공개돼 국민들로부터 동의 받을 수 있게 돼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알려지는 게 두렵다"며 "소신을 갖고 글을 쓰기 위해 평범한 소시민의 자리를 계속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