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무부로부터 전달받은 인사 서류를 펼쳐보다 “신문에 나오면 그때 보겠다”며 서류를 덮은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날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이 사실상 아예 반영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총장은 이날 전달받은 인사 서류를 펼쳐 두 번째 페이지에 있는 ‘대검찰청’ 소속 검사들의 인사 환형을 살펴보다가 “신문에 나오면 그때 보겠다. 다시 가져가 달라”며 서류를 덮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인사에 앞서 윤 총장은 추 장관에게 대검에 있는 권순정 대변인과 구상엽 국제협력담당관, 박현철 정책기획과장, 박영진 형사1과장 등 주요보직 인사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이날 법무부가 발표한 중간 간부 인사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외려 추 장관은 권 대변인은 전주지검 차장으로, 구 국제협력담당관은 마산지청 지청장, 박 정책기획과장은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박 형사1과장은 울산지검 형사2부장으로 모두 좌천시켰다.

추 장관은 이달 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측근을 모두 좌천시켰다. 대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인 이정현 전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신성식 3차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지휘부에 포진시켜 윤 총장을 고립시켰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이번 중간 간부 인사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윤 총장의 ‘마지막 측근’들까지 모두 좌천시켜버린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검찰 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중을 고려하지 않고 인사를 단행해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 검찰 인사들이 ‘윤석열 라인 학살’ 인사였다면, 이번 인사는 윤 총장을 보좌할 인물을 아예 남기지 않은 ‘전멸 인사’”라고 했다.

인사를 앞두고 윤 총장을 보좌했던 대검 검사들은 상당수가 ‘대검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인사 희망 1~4 순위를 모두 ‘유임’으로 채운 검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법무부 인사로 윤 총장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대검에서 완전한 고립무원(孤立無援) 처지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