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부동산 규제에 따른 부작용 논란이 많다. 정부가 어떤 규제를 도입하면 그 효과가 엉뚱하게 나타나는 일이 종종 있다. 규제를 도입하기 이전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도 한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일부러 사회에 해악을 끼치려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규제는 때때로 의도치 않은 부작용으로 이어지곤 할까.

약 40년 전 이런 의문을 가진 경제학자가 있었다. 시카고대 경제학자 샘 펠츠먼(Peltzman) 교수다. 그는 미국에 1960년대 말 도입된 안전띠 착용 의무화 규제가 '교통사고 피해를 줄인다'는 원래 목적을 제대로 달성했는지를 살피기로 했다. 상식적으로 안전띠를 착용하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야 한다(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규제를 도입했을 것이다). 한국도 2006년 운전자와 앞자리 승차자의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했고, 2018년부터는 안전띠 착용을 전 좌석으로 확대했다.

펠츠먼이 안전띠 착용 의무화 전후의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했더니 규제 도입 후 운전자 사망률은 실제로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의외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 등 운전자가 아닌 이들의 사망률이 오히려 올라간 것이다. 운전자들이 안전띠를 매면 사고가 났을 때 크게 다칠 위험이 비교적 줄어든다. 펠츠먼은 이런 이유로 부주의한 운전이 늘고 결과적으로 보행자 사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 당시 미국 정부는 자동차 운전자의 사망률만을 내세워 안전띠 착용 의무화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였다고 발표했는데, 펠츠먼은 상대적으로 보행자 사고가 늘어 전체 사망자 수는 감소하지 않았음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워낙 파격적이라 아직도 논란이 되곤 하는데 규제에 따른 예상치 않은 부작용을 경제학자들은 '펠츠먼 효과'라고 부른다.

펠츠먼 교수.

'펠츠먼 효과'는 도덕적 해이와 연관돼 있다. 어떤 사람이 화재 보험에 가입할 경우 그 이전보다 화재를 막기 위한 노력을 덜 기울이고 그로 인해 화재 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 자기 집에 불이 났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은 없으나 보험 때문에 화재 발생을 막기 위한 주의를 덜 기울이고, 그런 까닭에 화재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식이다. 블랙박스를 단 차량이 자동차 사고로 인한 보험금을 더 많이 타 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현대해상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박스 장착 차량 손해율(거둔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그러지 않은 차보다 2.1%포인트 높았다. 현대해상·삼성화재 등은 이런 이유로 일부 블랙박스 특약을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기도 했다. 만약 블랙박스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면, 안전띠처럼 블랙박스가 운전자가 무의식적으로 덜 조심하게 만드는(의도치 않게 사고를 더 많이 내게 하는) 유인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차가 튼튼하고 안전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자신은 안전하다 믿고 험하게 운전한다는 예시는 또 있다. 한때 호주에서 논란이 되었던 ‘깡패같은 볼보 운전자(Bloody Volvo Driver)’ 논란이다. 볼보는 안전을 최상위의 가치로 내세우고,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덜 다친다고 알려졌다. 그렇기 때문에 볼보를 모는 사람들은 운전을 부주의하게 하기 십상이었고 이 때문에 ‘깡패 운전자’란 별명을 얻었다. 스탠퍼드대 폴 오이어 교수가 쓴 책 ‘짝짓기 경제학’를 인용한다.

“볼보 운전자는 운전할 때 자신의 운명을 볼보에 맡겨도 될 정도의 가공할 힘을 얻었다고 여기게 된다. 여기서 볼보 운전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한 블로거는 이런 현상을 이렇게 요약했다. ‘최고의 운전자조차도 볼보를 몰게 하면 갑자기 고약해진다.’ 호주의 볼보 운전자들은 도로 위 다른 이들을 신경쓰지 않고 험하게 운전한다는 악명이 특히나 높아 ‘깡패 같은 볼보 운전자’란 별명이 유행하기도 했다. 볼보는 이 별명을 역으로 활용해 (안전함을 강조하는) 광고 캠페인을 진행해야 할 정도였다.”

고의로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불을 내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러나 안전띠, 블랙박스, 화재 보험 등의 장치는 인간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쳐서 예기치 않은 결과를 불러오곤 한다. 안전띠 장착 의무화처럼 단순해 보이는 규제조차도 종종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규제를 도입할 땐 신중해야 하고, 도입 후에도 다양하고 면밀하고 지속적으로 효과를 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호주에서 한때 유행한 '깡패같은 볼보 드라이버가 되고 싶을 걸'이란 차량용 스티커. 볼보 자동차가 워낙 안전해서 운전자들이 부주의하다는 편견이 퍼졌다. 이들은 '깡패같은 볼보 운전자(Bloody Volvo Driver)'란 별명으로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