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와동동 중심 상업 지구. 호수공원 바로 앞 대로변에 지상 12층 높이 상가 '월드타워9차'가 지난 3월 들어섰다. 최근 이 상가에 북한산 입구 두부 맛집으로 소문난 '만석장'과 목동의 우동 맛집 '히노야마' 등이 입점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신도시 상가에 '전국구 노포(老鋪)'들이 대규모로 입점하는 일은 흔치 않아서다.
일반 소비자들은 "이름난 노포도 장사하는 집이니 조건만 좋으면 어디나 분점을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판이다. 이 노포들은 이미 수익 면에선 크게 아쉬울 것이 없고, 분점을 냈다가 제대로 운영하지 못할 경우 브랜드 자체에 손상이 갈 수 있어 사업 확장에 보수적이다.
월드타워 9차가 들어선 이곳은 주변에 아파트 10만여 가구가 입주한 운정신도시 중심 상권이고 경의중앙선 운정역과도 가까워 입지가 나쁘지는 않다. 이 상가의 상층부에는 병원들이 이미 입점해 있다. 하지만, 주변 상가 건물은 아직도 공사 중인 곳이 많고, 상권이 활발한 것은 아니다. 상권으로 나쁘지는 않지만, 이름난 노포들이 몰려올 정도로 매력적인 곳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노포들이 이곳 상가에 대거 입점하게 된 배경에는 '셀렉트 다이닝'을 전문으로 하는 디앤티홀딩스가 있다. 이 회사가 상가 1~2층을 통째로 임차하고, 노포를 중심으로 직접 섭외한 식당 12곳에 재임대하기로 했다. 통째로 임차한 상가 구역은 '데인티 앨리(Dainty Alley)'라는 브랜드를 쓴다. 이곳에 맛집들이 오는 9월 하순부터 순차적으로 문 열 예정이다.
◇20~60년 전통 노포들 운정신도시에 모인다
데인티 앨리에 입점하는 '만석장'은 3대째 내려오는 65년 전통의 식당이다. '히노야마'는 25년, '춘천옥'은 40년 된 식당이다. 이 노포들은 프랜차이즈 식당과는 달리 자영업자들이 원한다고 해서 해당 식당의 이름을 달고 점포를 내기는 쉽지 않다. 노포들을 섭외한 이봉현 디앤티홀딩스 대표는 "실력과 열정을 갖춘 분들에게 점포를 맡겨 브랜드의 명성과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장인들을 설득해 어렵게 허락받았다"고 했다.
디앤티홀딩스는 조만간 점포를 운영할 자영업자를 선발해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선발되려면 1차 면접과 최소 4주간 현장 실습에 이어 2차 심사까지 거쳐야 한다. 현재 식당을 운영 중인 장인들이 직접 도제식으로 교육하게 된다. 이어 노포의 맛·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관리를 받겠다는 서약까지 해야 한다. 이 대표는 "데인티 앨리에 입점하는 노포들이 강력한 집객 효과를 발휘해 반경 10km 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그 영향으로 주변 상권도 탄탄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던 한옥' 디자인에 과감 투자, 인테리어 비용 50% 지원
'셀렉트 다이닝'이 성공하려면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뉴·상품 관리를 꾸준히 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수다. 데인티 앨리는 17년 전부터 '마루샤브' '드마루' 등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해온 경험을 살려 입점 후 운영까지 맡아 식당의 품질을 유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괄 셰프와 관리 담당자를 배치한다.
파주 데인티 앨리의 매장 콘셉트는 '모던 한옥'으로 통일했다. 노포들이 가진 전통과 장인 정신을 상징할 뿐 아니라, 음식 맛 외에도 볼거리·분위기를 보고 식당을 찾아가는 외식 업계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이 대표는 "통일된 한옥 인테리어가 건물과 주변 상권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투자했다"고 말했다. 화장실과 복도 등도 일반적인 신도시 상가보다는 고급 호텔처럼 꾸민다. 인테리어 비용의 50%는 상가 시행사인 에이치디벨럽이 지원한다.
◇상가 살리는 구원투수 될 것
디앤티홀딩스는 앞서 2018년부터 서울 수색동 주상복합 'DMC 자이'에서 '데인티 앨리' 셀렉트 다이닝 매장을 운영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완공 후 3년간 미분양으로 비어 있었던 이 단지 내 상가는 '데인티 앨리'가 들어온 후 6개월 만에 분양이 완료됐다. 미분양 상가들을 살리는 구원투수로 이름이 나면서 여러 건설사에서 러브 콜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좀처럼 분점을 내지 않던 노포의 주인장들이 코로나 등의 여파로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 동감해 참여해 줬다"며 "어려운 시기에 자영업자도 살고, 상권도 살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포 운영 점주 모집]
디앤티홀딩스는 상업용 부동산 플랫폼 상가의 신과 함께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 내 '월드타워9차' 지상 1~2층에 들어설 셀렉트 다이닝 매장 '데인티 앨리'에 입점하는 외식 점포를 위탁 운영할 점주를 25일부터 모집한다. 데인티 앨리에 입점할 업체는 만석장, 히노야마, 춘천옥, 연희단팥죽, 카페 씬(CAFE THIN), 덕자네 방앗간, 핏제리아오, 옛날마차, 발재반점 등이다.
창업을 원하는 예비 점주들은 오는 9월 10일까지 디앤티홀딩스에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 외식 점포 운영 경험, 초기 자본, 서비스 마인드 등을 종합 평가해 1차로 예비 점주 20명을 선발한다. 예비 점주 20명은 9월 15일부터 10여개 노포의 매장에서 4주간 현장 실습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을 마친 뒤 2차 심사를 통해 점주를 최종 확정하고 영업을 시작한다. 최종 선발된 점주에게는 3개월치 임차료 면제, 매장 인테리어 비용 50%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을 준다. 안정적인 매장 운영을 위해 홍보 단계부터 전문 관리자와 총괄 셰프를 파견해 지속적으로 매장을 관리한다.
월드타워9차는 지하 4층~지상 12층 규모로 상업용지 비율이 3.3%에 불과한 운정신도시 내 핵심 요지로 꼽힌다. 지상 3~12층엔 의료시설이 영업 중이다. 데인티 앨리는 이 건물 지상 1~2층 근린생활시설(연면적 5617㎡)에 입점한다. 한옥의 편안함과 멋스러움을 간직하면서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모던 한옥' 콘셉트로 꾸민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개인 창업자가 오랜 시간 정성과 맛을 지켜온 노포의 정신을 이어받아 성공 매장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