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내인 정경심씨의 '동양대 연구실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악의적 보도"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9월 본지 등 여러 언론은 정씨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둔 같은 달 1일 오전 자신의 동양대 연구실에서 다량의 서류를 가지고 나갔다고 보도했다. 당시 정 교수가 실제 동양대 연구실 출입문을 나서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확보해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언론은 검찰의 '사냥'에 적극 협력하면서 '증거인멸, 은닉 시도' 운운하는 보도를 내보냈다"며 검찰과 언론의 유착설을 제기했다.

◇검찰이 언론에 정경심 CCTV 사진 제공?

본지 등 여러 언론은 실제 당시 정씨가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자신의 연구실이 있는 경북 영주 동양대 고운재관(館) 건물을 나서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도했다. 조 전 장관은 해당 보도들을 언급하며 "정 교수가 서류를 들고나왔다는 사실을 누가 언론에 제공했을지 뻔하다"며 "CCTV를 확보한 측이 흘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9월9일은 제가 장관 임명장을 받던 날"이라며 "보도 일자 선정을 생각하면, 이 악의적 보도의 정치적 의도는 명백하다"고 했다. 검찰이 조 전 장관 임명장 수여식 날에 맞춰 CCTV 사진을 언론에 흘렸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검찰은 언론에 정씨의 사진 등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 지난해 9월 3일 검찰은 정씨의 연구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은 검찰이 정씨의 컴퓨터 등 주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이에 밤늦게까지 동양대 CCTV를 돌려보는 모습을 포착해 보도했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씨가 8월31일 연구실에서 컴퓨터를 가지고 나갔다는 동양대 관계자 증언도 있었다. 다수 언론이 해당 CCTV를 확보하기 위해 취재 경쟁을 벌였고, 같은 달 8일 동양대를 찾은 본지 기자가 방범카메라에 담긴 정씨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보도했다.

당시 본지를 포함한 여러 언론은 '동양대 방범카메라에서 확인한 영상'이라고 보도에서 사실대로 언급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수사팀이 정씨의 CCTV 사진 등을 언론에 유출했다는 조 전 장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지난해 9월9일자 본지 보도.


◇본인 증거인멸 원래 처벌조항 없는데 … "공소사실에 없다" 강조한 조국

조 전 장관은 이날 정씨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지금도 (그 서류들은) 교양학부 사무실에 그대로 있다"며 "당시 정 교수는 연구실에 가서 연구실 정리정돈을 하고 불필요한 서류를 학과 사무실로 옮겨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연구실 압수수색이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해 9월1일 정씨가 단순히 정리정돈을 위해 연구실에서 서류를 가지고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정씨는 자산관리인 김씨에게 자신의 연구실에서 '컴퓨터 본체를 통째로 들고 가 용산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은닉교사)를 받는다. 실제 김씨는 정씨가 서류를 반출하기 직전인 8월31일 오후 11시55분 동양대를 찾아 연구실에서 컴퓨터를 통째로 가지고 나왔다.

조 전 장관은 이어 "(정씨가 서류 중) 학생신상정보가 있는 일부는 다시 연구실로 가져다 놓았고, 벙거지는 햇볕을 가리려고 쓰고 다니는 것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씨는 이날 오전 8시51분 흰색 블라우스에 반바지 차림으로 서류 뭉치를 들고 연구실을 나섰다가, 14분 만인 오전 9시5분 검은 재킷을 한 겹 더 입고, 검정 벙거지를 착용해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다시 연구실로 들어갔다.

조 전 장관은 이러한 주장을 펼치며 "이 건이 공소사실에 포함되지도 않았음은 물론이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형사 사건에서 본인이나 친족 또는 가족이 본인을 위해 증거인멸을 할 경우는 죄로 인정되지 않는다. 공소사실에 포함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검찰이 조 전 장관과 정씨에게 김씨를 시켜 증거인멸을 시킨 증거은닉교사 혐의만 적용한 이유다. 김씨는 지난 6월 1심에서 증거은닉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과 김씨의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이 본인의 증거를 인멸했기 때문에 죄가 성립할 수 없어 검찰이 사실 관계를 파악하거나 이를 공소장에 적시할 이유가 없다"며 "이에 당시에도 정씨의 증거인멸에 대한 조 전 장관 측 주장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지검장 출신 변호사는 "형사법 교수였던 조 전 장관이 이런 기본적인 법 조항마저 몰랐다고 믿기 어렵다"며 "언론플레이를 하려다 논리가 꼬여버린 상황 아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