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이 8·15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겨냥해 "문재인 정부가 방역에 실패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종교 탈을 쓴 일부 극우 세력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정부를 뒤흔들고 정권 붕괴까지 노린다"고도 했다. 자신의 교회에서 8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도 방역 당국에 협조를 거부하고 있는 전 목사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상식 밖 주장까지 하나. '북 지령에 의한 정부의 바이러스 테러에 당했다'는 전 목사의 황당 주장과 뭐가 다른가.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바이러스 테러범을 방조한 통합당 김종인 위원장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여권에선 연일 '광복절 집회 배후에 통합당이 있다' '광복절 집회를 방조한 통합당이 석고대죄하라'며 전 목사와 통합당을 억지로 엮으려는 주장이 쏟아진다. 총동원령을 내린 듯하다. 국정 운영을 책임진 사람들이 국가적 방역 위기 앞에서 정치에 더 신경이 팔려 있다. 지난 주말부터 전국 확진자 중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관련은 15~20% 정도에 불과하다. 80% 이상이 이와 관련 없는 지역 감염인데 집권당이 이 심각한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큰소리칠 상황도 아니다. 정부는 광복절 대체 휴일을 지정하고 외식 할인 쿠폰 이벤트를 시작하고 교회 소모임 금지 조치도 해제하며 국민들에게 밖으로 나가 먹고 쓰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판단을 믿고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정부도 2차 대확산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사과·반성은 한마디도 없이 대통령부터 여당 대표, 국무위원들까지 광화문 집회만을 겨냥해 '공권력의 엄정함을 보여라' '구속 수사, 법정 최고형' 등 험악한 말을 쏟아낸다. 여당에서는 집회를 허용한 판사를 '판새'(판사 새X)라고 부르며 해당 판사의 실명이 들어간 법안까지 발의했다.

이 정권은 올 초 신천지 사태 때도 방역보다 정치를 앞세워 총선에 적극 활용했다. 당시에도 방역 당국의 '중국발 입국 제한' 권고를 무시하고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대통령 메시지로 긴장을 떨어뜨리는 등 정부 책임이 적지 않았지만 이는 무시하고 오로지 신천지·대구 탓만 했다. 야당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식의 괴담도 만들어냈다. 한번 재미를 보고나니 이번에도 부동산 참사에 쏠린 눈을 돌리기 위해 '코로나 정치'에만 몰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