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2015년 5월 당시 야당 대표로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면담했다는 이유로, 여당(與黨) 의원들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연일 맹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도 야당 대표이던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했으며, 당시엔 당 지도부와 충북지사 등을 무더기로 대동했을 뿐 아니라, 대회의실에서 현안보고를 받았으며, “망신당하지 않게 각별히 노력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던 사실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 본부장을 만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에서 정 본부장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국가보건안전부 신설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제안했다. 이에 정 본부장은 “지자체부터 탄탄하게 감염병 대응 인력과 조직을 갖추고 평상시 점검·교육·훈련을 했으면 한다"며 “3단계 거리두기도 유념해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답했다.

여당 의원들은 즉각 김 위원장의 질본 방문을 비난하는 입장을 냈다. 정청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서 "정 본부장이 긴장감을 갖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점을 고려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과 국회 상임위 출석요구도 자제하고 있다"며 "뜬금없는 방문은 전형적인 구태 정치"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에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방역체계에 대한 이해도 없는 사람이 대통령의 엄정한 법 집행 조치를 정 본부장 앞에서 마치 비난하듯이 훈장질한 것은 정말 무식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 페이스북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도둑이 몽둥이 들고 주인행세하고 잘못한 분들이 권력으로 잘한 사람에게 훈계하는 격"이라며 "서울시, 정부가 집회하면 위험하다고 그리 경고했는데도, 정치권 감염도 모자라 혹여나 대한민국 방역의 심장 질본까지 감염될까 두렵다"고 했다. 오기형 의원도 페이스북에 "정부가 방역망을 느슨하게 해서 발생한 것이라는 식의 정쟁도 시간 낭비"라며 "김 위원장도 질본이나 정부에 관해 주장하기 전에 '코로나 방역을 방해하는 행동을 그만두라' '정부 방역 조치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 등 적극적인 언명을 해달라"고 했다.

2015년 5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 충북지사 등과 질본을 방문해 현안보고를 받았다.

그러나 22일 오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 등에는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 당시 사진과 이번 사안을 비교하는 콘텐츠가 잇달아 올라왔다.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 보건복지위원들과 이시종 충북지사를 대동해 질본을 방문, 질본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방문 날짜는 31일 일요일로, 질본에는 비상근무자들이 나와 있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메르스의 초기 대응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당초에 전염성이 약하다고 발표했는데 불과 열흘 만에 확진 환자가 15명으로 빠르게 확장돼 국민의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어 “만약 3차 감염자가 나온다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도 있으므로 특히 3차 감염을 막는 데 총력을 다해주길 부탁한다"며 "환자 중 한 분이 중국에 가 있는데 중국에서나 중국으로 가는 경로 사이에 다른 감염자가 혹시 나타나게 되면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결과가 되니 방역 당국에서는 각별하게 노력해 주셔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초기 대응 실패를 보면 신종 감염병에 대해 우리의 대응시스템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시스템, 예산, 인력, 장비, 이런 것들이 대폭적으로 보강돼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질본(5월 31일)에 이어 메르스가 발병한 지자체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지원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남경필 경지도지사(6월 5일), 박원순 서울시장(6월 9일)과 차례로 회동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