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전 환경부 장관 등이 기소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사건에서 청와대 추천 인사가 환경부 산하 기관에 임명되도록 청와대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관여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재판장 김선희)심리로 열린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청와대 인사담당 국장 윤모씨는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에 대해 직접 연락해 공모절차에 응모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청와대에서 (공공기관 임원)추천자를 정할 때 어떤 사람이 추천되면 사전에 연락해 그 직위에 응모하라고 하는지를 묻는 검사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추천된 사람에게) 이력서를 검토해 적합하다고 생각돼 추천하려 하는데 해당 직위에 응모할 생각이 있는지 묻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이에 검사가 “공모로 선발하는 자리에 청와대가 추천하는 것은 취지에 반하지 않느냐”고 하자 “적합한 사람을 뽑기 위한 절차”라며 “공공기관에 따라 아예 응모 자체가 안 이뤄지는 경우도 있어 운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청와대 추천 또한 환경부에 대한 의견개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윤씨 답변 중 ‘공모과정을 지난다’는 표현에 의미를 두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씨가 “청와대 추천인사를 후보추천한 후 환경부 측에 잘 진행되도록 신경써 달라고는 했다”고 하자 재판장인 김선희 부장판사가 그 의미를 물었다. 윤씨는 “공모과정을 잘 지날 수 있도록 신경써 달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부장판사가 “공모절차를 ‘지날 수’ 있도록 신경써 달라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는 청와대 추천인사는 형식적인 공모절차만 거칠 뿐 합격자로 내정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윤씨가 “절차가 잘 진행이 되도록 해달라는 의미”라고 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절차는 어차피 진행이 담당 부처에서 정한대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증인이 처음에는 잘 지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말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에선 산하기관 임원 중 교체 대상을 분류한 환경부 문건이 공개됐다. 검찰은 이 문건이 청와대에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2017년 12월 14일자 환경부 문건에 따르면 ‘즉시교체: 기관장 및 임기만료 상임이사, 연내사임 2018년 1월 중 후임 임명 착수’ 순차교체:그 외 상임이사’등으로 적혀 있었다. 검찰은 “환경부가 청와대와 교감해 이미 일괄사직서 징구 계획 등을 세운 증거”라고 했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비서관은 2017년 12월~지난해 1월 환경부 공무원을 시켜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혐의(직권남용)으로 기소됐다. 결국 환경공단 이사장 등 임원 13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또 2018년 7월 청와대가 추천한 환경공단 상임감사 후보 박모씨가 임원추천위원회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자 ‘적격자 없음 및 재공모 실시’의결이 이뤄지도록 한 혐의도 있다.
이들은 2017년 9월~2018년 11월 환경부 산하 6개 공공기관·17개 공모 직위와 관련해 사전에 청와대·장관 추천후보자에게만 면접 자료를 제공하고 환경부 실·국장으로 하여금 추천후보자를 추천배수에 포함하도로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