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1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코로나) 방역 실패의 책임은 정부에게로 돌아간다“며 “그게 싫으면 정권을 내놓으시면 된다”고 밝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진 전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 대응에 대해)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며 정부 대응을 질타했다. 진 전 교수는 “대통령이 코로나 다 잡았다고 발언할 때마다 곧바로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곤 했다. 벌써 세번째 반복되는 일”이라며 “쓸데 없는 발언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킨 것은 대통령”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께 귀중한 휴식의 시간을 드리고자 한다”고 한 발언 등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진 전 교수는 또 “7월 말에 교회의 소모임 금지를 해제한 것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결정적 실책이었다”며 “지금 대다수의 클러스터가 교회의 소모임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결정적 오판에 대해서 정부 여당은 반성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태가 일어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직전까지 쿠폰을 줘가며 여행하라고 권한 것 역시 정부 여당이 아니었던가”라며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계완화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게 위험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도 “통합당에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광화문 집회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방역의 사안을 정치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 여당에 있다. 두번째 책임은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세력과 개신교 일각의 기독교 반공주의 세력에 있고, 통합당에게 물어야 할 책임은 미미하다. 자기들의 정책적 판단의 오류를 남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지 말라”고 했다.

◇다음은 진중권 전 교수의 페이스북 글 전문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방역실패의 책임은 정부에게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게 싫으면 정권을 내놓으시면 됩니다.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지요.

1. 대통령이 코로나 다 잡았다고 발언할 때마다 곧바로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하곤 했지요. 벌써 세 번째 반복되는 일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바이러스의 위험을 정확히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쓸 데 없는 발언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약화시킨 것은 대통령이었습니다.

2. 아울러 7월 말에 교회의 소모임 금지를 해제한 것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결정적 실책이었습니다. 지금 대다수의 클러스터가 교회의 소모임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결정적 오판에 대해서 정부여당은 반성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합니다.

3. 이런 사태가 나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그 직전까지 쿠폰 까지 줘가며 여행가라고 권한 것 역시 정부여당 아니었던가요?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계완화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게 위험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통합당에서는 충분하지는 않지만 광화문 집회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집회참여를 거절했고, 집회를 만류하는 원희룡 지사와 하태경 의원의 꽤 강경한 발언도 있었습니다. 방역의 사안을 정치화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여당에게 있습니다. 두 번째 책임은 전광훈을 비롯한 극우세력과 개신교 일각의 기독교 반공주의 세력에게 있고. 통합당에게 물어야 할 책임은 미미합니다. 자기들의 정책적 판단의 오류를 남에게 뒤집어 씌우려 하지 마세요.

방역은 과학이어야 합니다. 정치나 종교여서는 안 됩니다. 국정을 책임 진 정부여당에서 자기들의 오류를 감추고, 그것을 남에게 뒤집어 씌울 경우 같은 오류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 적반하장의 태도는 여전하군요. 이해찬 대표, 철 좀 드세요.

민주당에서 방역의 문제까지 정략의 소재로 삼는다면, 전광훈과 다를 게 하나도 없겠지요. 어느 쪽이든 방역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무책임한 행동일 뿐입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문제를 꼬이게 할 게 아니라 풀어가는 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일단 방역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태의 수습을 위해 겸허히 통합당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게 올바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초당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갈라치기 꼼수가 아니라 사회통합의 정신만이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습니다.

범인을 찾는 게 아니라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과학적 방역입니다. 아울러 코로나 확진자들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거둬야 합니다. 그것은 감염자들을 더 깊게 숨게 만들어 방역을 더 어렵게 할 뿐입니다. 그리고 방역당국을 신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