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인턴과 레지던트)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철회 등을 요구하면서 21일부터 무기한 업무 중단(파업)에 돌입한다.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진료 인력까지 포함된다. 응급실 전공의도 전면 파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전공의 1만6000여명 가운데 1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의 무기한 전면 파업은 지난 2000년 의약(醫藥) 분업 사태 당시 4개월간 이어졌던 장기 파업 이후 20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난 19일 정부의 의료 정책 수정과 파업 철회 등을 놓고 대화했지만 결렬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가면 이들을 대신해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의료 공백을 메우게 될 전임의(레지던트를 마친 펠로)들도 이날 별도의 단체인 '대한전임의협의회'를 결성하고 오는 26일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협)의 2차 총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사립대학병원협회 등은 이날 "코로나로 인한 국가적 재난에 정부와 의료계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지금 당장은 서로 한발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까지 비우겠다는 전공의들
20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인턴과 레지던트 1~4년 차 전원이 순차적으로 집단 휴진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21일 인턴과 레지던트 4년 차를 시작으로 22일부터는 레지던트 3년 차, 23일엔 레지던트 1년 차와 2년 차 등이 휴진(休診) 후 자가 격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확산세가 엄중해 길거리 집회는 하지 않고 격리 상태에서 온라인 학술회의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1만6000여명 전공의 중 1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앞서 지난 7일 하루 동안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이후 의협이 벌인 지난 14일 24시간 총파업에도 참여했다. 이번이 세 번째 집단행동이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국가적인 감염병 위기 상황하에서 정부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드린다"고 했다.
◇전공의 "6종 방호복 입고 수술해봤나"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 등에 대한 젊은 의사, 의대생들의 반발이 상상 이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의협 안팎에서는 "전공의들이 '우리는 열심히 싸우는데 선배들은 뭐 하고 있느냐'고 눈치를 줄 정도"라고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은 지난 19일 정부 측과 가진 대화에서 "공공의대 설립, 원격의료 추진, 첩약(한약) 건강보험 시범 적용 등 4대 악(惡) 정책을 철회한 이후 함께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자"고 강경한 요구를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정책을 백지화하라는 것이다.
전날 의료계와 정부의 간담회장에 참석했던 박지현 전공의협 회장은 페이스북에 "필수 의료, 즉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를 선택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쓰고 나올 각오로 행동 중"이라며 "정부가 분위기 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올렸다. 그는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이 '코로나가 얼마나 심각한지 전공의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기에 6종 (방호복) 입고 코로나 의심 복막염 환자 수술해봤냐고, 나는 당직 때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한 의협 관계자는 "2030세대 전공의들이 불공정한 근로 환경과 처우 등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레지던트 3년 차 전공의는 "1주 최대 근무시간(80시간)을 꽉꽉 채우며 일하지만 교육받는 수련생이기보다 '값싼 노동력'으로 대우받는다"고 말했다.
◇의대생 92% "국가고시 응시 않겠다"
의대생들도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취소하고 "1년 후 재응시를 감수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 40개 의대·대학원으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이날 "오후 3시까지 국가고시 응시를 신청했던 의대 재학생 3036명 가운데 2804명(92%)이 응시 취소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해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것도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조승현 의대협 회장은 "정부가 교육 환경 개선이나 구체적인 의료 인력 수급 계획도 없이,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불통(不通)으로 일관해 많은 의대생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