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는 박지원 국정원장이 취임한 후 첫 데뷔 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등에게 국정 권한 일부를 넘기는 '위임 통치'에 들어갔다는 보고가 나왔다. 북 당국과 김정은의 심기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남북 관계 진전과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던 박 원장의 국정원이 왜 이런 보고를 했느냐를 놓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일부에선 "북한에 정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 "외교안보 라인 내부에 이견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위임 통치' 논란이 커지자 국정원은 당혹스러워했다. 국정원 측은 기자들에게 "김정은의 권한이 분산됐다는 의미이지 김여정에게 (전권이) 위임됐다는 건 아니다"라고 적극 해명했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여야 정보위원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위임 통치'라는 표현은 국정원 보고서에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정원이 김정은 동향에 대해 자세히 보고한 것에 대해 여권에선 "정치인 출신인 박 원장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관료 출신들에 비해 의원·언론에 대한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