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산의 연극 '짬뽕&소'에 참여한 배우, 스태프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공연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극단 산은 20일 오후 소셜 미디어에 "총 41명의 참여진 중 15명의 확진자와 7명의 음성 판정, 19명이 검사대기 및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참여 배우 중 한명인 서성종이 확진된 뒤 극단 산은 같은 날 개막 예정이던 '짬뽕&소' 공연을 취소하고 접촉자 모두 검사 후 자가격리하며 대기를 했다.
그간 공연계는 코로나19 청정지역으로 통했다. 지난 3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에 출연하는 외국인 앙상블 2명이 공연장 외부 요인으로 코로나19에 확진된 사례를 제외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후 '오페라의 유령'이 안전하게 공연하면서 공연장은 'K-방역'의 상징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번 교회발 수도권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면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위험이 커졌고 이번 '짬뽕&소' 같은 사달이 나다.
사실 컴퍼니와 인기 배우들의 매니지먼트사를 포함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코로나19 방역 절차를 거치는 대형 뮤지컬과 달리 대학로와 오프대학로(한성대입구역을 비롯한 성북)에서 공연하는 작품들은 코로나19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공연장 자체가 영세하거나 밀집도가 높아 코로나19에 노출될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공연장보다 연습실이 더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아무래도 일반 관객이 드나드는 공연장보다 방역이 소홀할 수밖에 없고 공연장 관계자들도 방심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극장 공연이다 보니 배우들의 무대 위 동선 등의 겹칠 확률이 커 연습 과정에서는 몸을 더 부딪힐 확률이 크다. 마스크를 끼고 연습을 한다고 해도 비말이 튈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짬뽕&소'에 참여한 배우, 스태프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공연 개막 전 연습만으로 대거 확진자가 발생한 이유다.
이번 공연에서는 '짬뽕'과 '소' 2개 작품이 연달아 상연될 예정이었다. '짬뽕'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짬뽕 한 그릇에서 시작됐다는 블랙코미디, '소'는 1996년 중부지방 대홍수로 북한에서 소 한 마리가 한강으로 떠내려 일화를 그렸다. '입체낭독공연'에 초점을 맞춰 정식 공연보다는 낭독극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짬뽕&소' 참여 배우 중 서성종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사실이 가장 먼저 알려졌고 그와 연습을 한 허동원, 김원해도 연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드라마 출연도 병행하고 있는 배우들이라 방송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장 관계자는 "우리 딴에는 방역과 소독을 철저하게 한다고 하지만 예산 등의 부족으로 아무래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 협회나 정부 차원에서 소독약, 정기적인 소독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극단 산이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연극 참여자들의 명단과 동선을 공유한 극단 산은 "확진자는 방역당국의 지시에 따라 이송 후 추가 검사를 진행 예정이며, 나머지 인원은 자가격리 하며 당국의 지침에 따라 상태를 보고 있다"고 했다.
현재 극단 산이 이용한 대학로와 한성대입구역 근처 소재 연습실, 한성대입구역 소재의 여행자극장은 폐쇄 조치됐으며 관할방역관리소에 관련 내용을 인계했다.
이와 함께 공연 개막 직전에 확진자가 나와 일반 관객과 접촉점은 없었다는 것도 다행스런 점이다. 아울러 극장 소재지가 극장들이 밀집한 혜화역 인근의 대학로가 아닌 '오프 대학로'로 통하는 한성대입구역 근처라는 점도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고 있다.
서성종이 연출로 참여한 대학로 연극 '쉬어매드니스'의 경우도 최근 3주간 배우, 직원, 아르바이트생 어느 누구도 그와 접촉한 적이 없어 한숨을 돌렸다.
이 연극 제작사 콘텐츠플래닝은 소셜미디어에 "코로나19와 관련 잘못된 정보로 본사 직원 및 작품, 배우, 스태프 분들게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면서 "본사와 연극 '쉬어매드니스' 팀은 코로나19 검사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대학로의 구조적인 영세함을 들여다보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오프대학로는 점차 상업화가 돼 임대료 등이 비싸진 대학로를 떠난 이들이 하나둘씩 늘면서 생겨난 곳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연극계에서 생계는 뒷전으로 미루고, 연극을 하는 어려움을 상징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런 상황이니 코로나19 같은 국가적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19가 공연계의 취약한 구조에 더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는 셈이다. 대학로 관계자는 "극단 산 측을 마냥 두둔할 수는 없겠지만 무조건 그들의 잘못이라고 말하기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적으로 재확산하는 분위기였고, 어느 분야든 가장 취약한 곳에서 먼저 터졌을 것"이라고 했다.
극단 산은 "뜻하지 않은 이번 상황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물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또한 계속해서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를 것임을 알려드리겠다. 추가되는 내용은 지침에 따라 계속해서 업데이트 공유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