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에 빠졌어요/자랑하고 싶다구요/…/내가 사랑에 빠졌어요/결혼까지 하려구요/올 가을에 하려구요/결혼식에 꼭 오세요."
나훈아의 새 앨범 타이틀곡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는 팬들에게 보내는 '청첩장'일까.
'트로트 지존' 가황 나훈아가 20일 새 앨범 '2020 나훈아의 아홉 이야기'를 발표했다. 지난해 5월 발표한 '벗 2' 이후 1년 3개월여 만이다.
총 9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대부분의 곡이 나훈아가 직접 작사, 작곡한 신곡들. 기존 노래들보다 트로트 색채는 옅고, 발라드나 팝에 가깝다.


타이틀곡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이 대표적. 창법도 고음에 부드럽고 살랑살랑하다. 이날 유튜브에서 다날엔터테인먼트 계정으로 공개한 뮤직비디오도 나훈아가 웃는 스냅사진과 꽃밭을 뛰어가는 여성의 뒷모습, 하트 모양의 나무 등으로 편집된 영상. 댓글에는 "나훈아 형님 진짜 애인 생긴 거 아냐"라고 달렸다.
만약 팬들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혹시 그녀의 이름은 명자가 아닐까.

또 다른 타이틀곡 '명자!'는 노년이 된 여성 명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자야자야 명자야/불러샀던 아 버지/술심부름에 이골났었고/자야자야 명자야/찾아샀던 어머니/청소해라 동생 업어줘라."
뮤직비디오도 어린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노는 흑백 스냅 사진으로 만들었다. 댓글에는 "지금 같은 세대에 계신 팬들이 공감되는 가사"라고 달렸다.

마지막 타이틀곡 '테스형!'은 기존의 나훈아 노래를 좋아하던 골수팬들이 반길 만한 노래다. 묵직하고 중후하고 힘이 느껴지는 저음, 트레이드 마크인 꺾기가 느껴지는 나훈아다운 노래다. 이 곡의 반전은 제목의 '테스형'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라는 것.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사랑은 또 왜 이래/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먼저가본 저 세상은 어떤 가요 테스형/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형."
가요계의 큰 어른 나훈아가 형이라고 부를 만한 인물은 소크라테스 정도는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난다. 댓글에는 "진짜 해학이 든 노랫말 뒤에 슬픔이 있다"고 썼다.

민요풍 리듬의 수록곡 '딱 한 번 인생'은 코로나 사태, 폭우 등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우지마라/세월 간다/아까운 청춘 간다/아서라 말어라 춤이나 추자/…/우지마라 인생이란/사랑 빼면 뭐 있더냐/아서라 말어라 사랑이나 하자."
나훈아 소속사 윤중민 예아라 대표는 "반갑지 않은 손님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휘젓고 가까운 사람마저 선뜻 손 내밀지 못하게 하는 삭막한 세상을 만들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의 마음까지는 다치게 내어 줄 수 없다"고 새 앨범 발매 취지를 전했다. 이 곡 댓글에는 "코로나 때문에 우울한데 나훈아님 노래로 기분 전환 그야말로 이 시대의 최고 가수님"이라고 썼다.

대부분 신곡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 중 눈에 띄는 노래 중 하나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1995년 김광석이 발표한 노래로 최근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우승한 임영웅이 불러 역주행 인기를 누린 곡이다. 선배 가수가 후배 가수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것은 이례적인 일. 김광석이나 임영웅이 부른 것보다는 트로트 느낌이 나지만 많은 편곡 없이 기존 나훈아 창법보다 담담하게 불렀다.
윤 대표는 "신곡을 포함해 아홉 곡의 노래 한 곡 한 곡에 따뜻한 이야기와 삶의 해학을 담아 여러분께 전한다"며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에 많은 이의 마음이 따뜻해져서 다시 한번 힘내시길 바란다"고 했다.

1966년 ‘천리길’로 데뷔한 나훈아는 1970년대 한국 가요계의 아이콘으로 한 시대를 장식한 슈퍼스타. '사랑은 눈물의 씨앗', '머나먼 고향', '물레방아 도는데', '고향역'을 비롯해 자작곡인 '영영', '무시로', '잡초', '사랑', '홍시' 등 히트곡만 120곡이 넘는다. 2006년 공연을 끝으로 칩거하다 지난 2017년 '드림 어게인'(Dream Again) 앨범으로 11년 만에 가요계에 컴백했다. 2017년 올림픽홀에서 연 컴백 공연에 이어 지난해 1만 석이 넘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공연도 단시간에 전석 매진됐다. 이번 앨범 신곡은 멜론 등 음악사이트에서, 신곡 뮤직비디오는 다날엔터테인먼트 유튜브 계정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