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된 30대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 방화로 일부 소실된 서울 조계사 벽화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일반건조물방화미수,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35)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6월 19일 오전 2시쯤 만취 상태로 조계사 대웅전 옆 벽면과 신발장, 자신의 가방에 휘발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불로 대웅전 외벽이 그을려 벽화 일부가 소실됐다. 순찰 중이던 조계사 직원이 곧바로 화재를 발견하고 불을 꺼 큰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국정원이 자신에게 “보수불교의 본산인 조계사에 불을 놓아 시위해라. 말을 듣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살지 못하게 하겠다”고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진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기소된 A씨 측은 법정에서 “A씨는 범행 당시 양극성 정동장애(우울증 또는 조증 증상)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계사 대웅전은 2000년 9월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유산으로 범행 대상의 중요성과 그 위험성에 비춰 죄질이 중하다”며 "A씨가 이 사건 범행 이전에도 현존건조물방화미수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