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오는 24일이면 총리 연속 재임 일수에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의 2798일을 능가하는 최장(最長) 기록을 세운다. 하지만 건강, 코로나 바이러스, 경제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건강] 또 궤양성 대장염 악화? 日언론 "병색 완연하다"

일본 사회에서는 최근 "아베 총리의 얼굴이 예전 같지 않다" "병색이 완연하다"는 말이 오가고 있다. 피곤하고 의욕이 없어 보인다고 말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15일 그가 해외 전사자들을 추도하는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을 찾아 헌화할 때 잠시 비틀거리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일본 TBS방송은 아베 총리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총리가 17일 도쿄 게이오대 병원에서 지난 6월 건강검진에 이어 추가 검사를 받은 것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TV아사히에 "총리 얼굴을 보면 정말로 걱정된다.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아베 총리 건강 문제가 주목받는 것은 그가 2007년 소화기 난치성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사임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가 검진을 받은 게이오대 병원은 일본에서 궤양성 대장염 연구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은 자기 면역 세포가 대장의 점막 세포를 공격해 염증과 궤양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병의 특징은 대장 점막이 허물어지는 궤양이 얇고 넓게 번지고 재발이 잦다는 점이다. 궤양으로 피가 나서 혈변을 보거나 복통을 느끼고 설사를 한다.

아베 총리는 2009년 발매된 '아사콜'이라는 신약으로 이 병이 완화되는 효과를 봤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여러 차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스테로이드를 고용량으로 오랫동안 투여하면 당뇨병, 부종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이와 관련된 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20대부터 궤양성 대장염을 진단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병을 오래 앓은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그가 추가 검진을 받은 것이 대장암 예방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로나] 확진자 느는데도 여행독려… 이달 들어서만 2만명 감염

일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2차 확산하면서 매일 1000명가량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16일에도 신규 확진자가 1021명 발생, 누적 확진자는 5만6926명을 기록했다. 8월 들어서만 약 2만명의 환자가 추가됐다. 사망자도 1100명을 넘어섰다.

특히 그동안 아베 내각이 여행 장려 정책인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지난달 말부터 시행한 이후 코로나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본 국민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 환자가 비교적 적었던 오키나와현, 시마네현 등에서도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더욱이 아베 내각은 8일부터 시작된 '오봉(일본의 추석) 연휴'에 대해서도 귀성(歸省) 자제를 요청하지 않았다. 일본 국민이 자발적으로 오봉 귀성을 자제했지만 아베 내각은 경제 침체를 우려해서 모호한 태도를 취한 것이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선 정부가 너무 안이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등 행정력이 바닥에 떨어진 것도 아베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경제] 활력 잃은 아베노믹스… 성장률 -27.8% 최악

17일 일본 모든 중앙일간지의 석간 1면 머리기사는 현재와 같은 경제 침체가 지속될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年率·연간으로 환산한 비율) 기준으로 -27.8%를 기록할 것이란 기사였다. 전후(戰後) 최악의 성적표다. 활력을 잃은 일본 경제 곳곳에 빨간 등이 들어왔음을 알린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외식·여행·여가 활동 지출이 급감해 개인 소비가 1분기 대비 8.2% 줄어든 탓에 하락 폭이 컸다. 기업 설비투자(-1.5%)는 쪼그라들었고, 자동차 수출 등이 부진해 수출 또한 -18.5%를 기록했다.

아베 내각이 코로나 감염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긴급 사태를 선포, 경제활동이 극도로 제한된 결과다. 긴급 재정정책으로 공공투자만 1.2%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위축되는 경기를 떠받치지 못했다.

심각한 경제 침체가 반드시 코로나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의 경기는 8%이던 소비세율을 10%로 올린 지난해 10월 이후 하강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GDP 성장률은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