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서울 시내에서 열린 각종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서로 신체가 닿을 만한 거리를 유지하며 구호를 외쳤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이 시작된 가운데 집회를 통한 집단 감염 우려가 제기된다.

15일 서울 도심에는 소나기가 간헐적으로 내렸다. 이곳에서 열린 기독교 또는 보수 집회 참가자 상당수는 습한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마스크를 벗거나, 턱에 걸치고 있었다. '태극기 집회' 주최 단체 가운데 하나인 '일파만파'가 동화면세점 앞 설치한 무대에서는 군중이 다닥다닥 밀착해 "문재인 내려와" 등 구호를 외쳤다. 중앙 앰프를 통해 1시간마다 "마스크를 벗지 말라"는 권고가 나왔지만, 셋 중 하나는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참가자 중 일부는 빵과 과일 등을 가방에서 꺼내 손으로 전달하며 나눠 먹었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는 최근 코로나 재확산의 진원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도 교인들에게 이날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교회 대표 전화번호의 통화 연결음이 "정오까지 광화문으로 나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특히 전 목사는 서울시에서 2주 자가 격리 조치를 받은 상태에서 연단에 올라 마스크를 벗고 "나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 측 강연재 변호사는 "유선으로 확인한 결과, 15일 광화문 집회에 나간 주요 교인은 전 목사를 제외하고는 없었다"고 했다.

같은 날 열린 민노총 집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인근 종로4거리 일대에서 열린 '8·15노동자대회'에서 민노총 소속 2000여 명은 수십㎝ 간격으로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대열 뒤 휴식을 취하던 참가자들은 서로 붙어 앉은 채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며 담배를 피운 손으로 땀을 닦았다. 민노총 관계자는 "지방에서 상경한 참가자들은 버스를 타며 발열 체크 명부를 작성했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자연 환기가 되는 야외라고 해도, 코로나 환자들이 밀접한 거리를 유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면 전파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