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 역사학자·박물관 마니아

박물관과 유적지를 시시때때로 찾는다. 재밌고 힐링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 여행을 엔터테인먼트처럼 즐기는 방법을 이 책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여행’(책읽는고양이)을 통해 공유하고 싶었다.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백제를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읽도록 풀어내, 역사 여행도 동네 산책처럼 즐겁고, 영화관 가듯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박물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아는 분이 영국 유학 시절 도시 외곽 과수원 인근에 살았는데, 집주인 할아버지가 평일엔 과수원 일을 하고, 주말엔 런던 박물관을 오가며 '이집트 상형문자'를 공부하더란 얘기를 들려줬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를 계기로 박물관과 도자기 등 역사 관련 다섯 권의 책을 집필할 정도로 푹 빠져버렸다.

김유신에 관한 책을 쓰면서 경주박물관을 수도 없이 다녀오곤 하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경주의 유물을 바라보던 눈으로 백제 무령왕릉의 유물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곧바로 공주로 향했다. 어느 순간 다름이 보였다. 특히 백제의 유물은 동일 시점 신라 고분에서 나온 황금 유물과 비교했을 때 질과 완성도 면에서 몇 단계 위였다.

국립공주박물관에서 만난 백제의 금동관과 금동신발을 신라 것과 비교해보자. 동시점 신라의 것은 장식이 격자무늬나 점을 새긴 것에 불과했으나 백제의 것은 꽃이나 봉황 무늬, 더 나아가 용이나 여러 신묘한 동물을 세밀하게 조각한 것도 있었으니 이는 곧 표현법에서 백제가 위였음을 의미한다.

1000만 인구가 아파트와 빌라에 다닥다닥 살고 있는 서울 땅덩어리 한쪽이 한성 백제이며, 실제 풍납동에는 빌라 아래 백제 왕국이 들어 있다.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는 타임머신이나 다를 바 없는 열려 있는 박물관이다. 멀리 떠나기 어려운 지금, 잠깐 시간을 내어 백제로의 짧은 여행을 홀로 떠나보자,